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 지도 1년 6개월이 지났다. 앞으로 1년 뒤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나면 지구촌 동계 스포츠 스타들은 본격적인 평창 준비 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5년은 기나 긴 시간이지만 평창 올림픽에서의 영광을 향해 뛰는 선수들에게는 부족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쇼트트랙, 여자 피겨, 스피드 스케이팅을 제외하면 불모지에 가까운 우리 동계 스포츠 선수들의 현실은 더욱 그렇다.
동계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보디 체크가 난무하는 아이스하키다. 하지만 현재 세계 랭킹 28위인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랭킹을 더 끌어올리지 않는 한 평창 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하다. 아이스하키는 개최국에게 자동출전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외교적 노력과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두 가지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 해 르네 파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으로부터 "한국 아이스하키가 세계 랭킹 18위 내로 진입하면 개최국 자동 출전을 고려하겠다"는 조건부 언질을 받아 놓은 상태다. '자력 출전은 남북통일보다 어렵다'는 것이 아이스하키계 주변의 평가이고 보면 국제연맹의 조건부 허락은 다행스럽다고 하겠다.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더 큰 난제다. 그러나 '한국판 쿨러닝' 을 꿈꾸는 아름다운 도전이 있다.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과 안정현(20) 선수다. 안양 한라는 지난 해 6월 평창 올림픽 본선 출전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10인조 특공대'를 핀란드에 파견했다. 핀란드 2부 리그 두 팀에 5명씩 이적시켜 지난 연말까지 뛰고 병역 문제 등으로 복귀했다. 이들의 연봉과 현지 체류 비용은 한라가 전액 부담했다. 이른바 선진 아이스하키를 배우기 위한 '21세기판 신사유람단'인 셈이다. 핀란드 파견은 오는 4월 열리는 디비전 1A그룹(2부) 세계선수권을 대비하기 위한 단기적 처방이었다.
한라는 장기적 방안도 마련 중이다. 올해 안에 핀란드 2부 리그에 가칭 '유로 한라'팀을 창단, 대표급 선수들을 파견해 선진 기술을 배운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 같은 한라의 행보는 아이스하키 마니아이자 구단주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빙판을 누비겠다고 소위 '스펙'을 포기한 젊은이도 있다. 지난 달 안양 한라에 입단한 안정현 이야기다. 안정현은 아이스하키의 본고장 캐나다에서도 인정 받는 유망주였다. 안정현은 센터와 레프트 윙, 디펜스까지 소화할 수 있는 만능 플레이어로 부산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유학길에 오른 부모를 따라 캐나다에 이주한 동포 출신이지만 대학 진학과 북미아이스키리그(NHL) 입성의 꿈을 모두 접고 고국 무대를 선택했다.
안정현이 캐나다 생활을 포기하고 고국 무대를 택한 이유는 태극 마크와 평창 올림픽 출전의 꿈 때문이다. 캐나다 시민권자로서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시민권을 포기하고 군대도 가야 한다. 원래 미국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삼았고 SAT(대학입학자격시험) 점수 도 높아서 일부 대학으로부터 오퍼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안정현은 현재 동료와 함께 구단에서 알선해준 숙소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아이스하키 대회 방식은 2016년에 결정된다. 시간은 4년도 채 남지 않았고 18위권 진입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어쩌면 안양 한라와 안정현 선수의 도전이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아이스하키가 비록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도전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성공이 보장된 도전은 없다. 도전하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안양 한라와 안정현 선수의 아름다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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