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군인으로 복무하다 2년 전 제대한 김희준(39ㆍ가명)씨는 "5년 안에 땅값이 10배로 뛴다"는 이모의 말을 듣고 경기 여주군 소재 330㎡ 땅을 5,0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시세보다 비싸게 샀다고 항의했더니, 이모는 다른 땅은 싸게 주겠다며 지인 소개를 부탁했다. 알고 보니 이모는 기획부동산 직원이었고, 이 회사는 다단계로 땅을 팔아 차익을 남기고 있었다.
서울 개봉동에 사는 직장인 임승민(48ㆍ가명)씨는 경기 용인시 소재 약 10만㎡ 임야를 싼 값에 분양한다는 신문 광고를 봤다. 가분할도(임의로 토지분할을 한 지적도)를 보여주며 지금은 한 덩어리로 묶여 있어도 나중에 분할등기를 할 수 있는 설명에 1억원을 주고 두 필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93명이 임야의 공동 소유주로 돼 있어 판매나 소유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부동산 사기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부동산 거래가 뜸한 틈을 타 ▦다단계 ▦토지분할 ▦펀드식 투자자 모집 같은 신종 방식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3일 "기획부동산의 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제까지 부동산 사기는 싼 값에 산 토지를 비싸게 분양해 폭리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높은 수익률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한 뒤 잠적하거나, 매매계약만 해놓은 토지를 투자자에게 판 뒤 도주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 극성이다.
지난달 검거된 H씨(52)가 대표적이다. 서울 서초구에 부동산투자 유령회사를 설립한 후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하면 원금보전은 물론 매달 2~3%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속여 534명으로부터 322억원을 모았다. 그러나 그 중 60억원만 투자하고, 나머지는 개인용도로 쓰다 지난해 검거됐다. 학비 결혼자금 퇴직금 등을 100만원에서 3억5,000만원까지 투자했던 투자자 대다수는 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최근엔 회사 이름을 '○○컨설팅', '○○투자개발'에서 '○○연구소', '○○개발공사'로 바꿔 공공기관으로 착각하게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토부 문성요 부동산산업과장은 "땅을 사기 전에 온나라부동산정보 등에서 토지 지번을 조회해 해당 토지의 지가, 개발 가능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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