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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의 빈자들이여!

입력
2013.01.0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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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들 많이 받으셨지요? 어떤 인사를 많이 받으셨습니까? 저는 돈벼락 맞으라는 인사를 제일 많이 받았습니다. 그림문자와 동영상으로 푸짐한 돈벼락도 많이 받았습니다. 기분이 좋았냐고요? 웃자고 보낸 것이니 웃었지만 걱정도 되었습니다. 한국사회가 2002년 새해를 장식한 그 유명한 덕담이자 악담(?)인 '부자 되세요'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인가 싶어서요.

지난 11년을 돌아보면 '부자 되세요' 유행어가 수그러들고 '복 많이 만드세요' '복 많이 지으세요'라는 덕담이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수 백년은 내려왔을 덕담을 뒤틀어 복은 스스로가 만든다는 주체성을 강조한 이 덕담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다시 돈벼락, 부자라니요.

부자가 되고 싶지 않냐고요? 네. 돈은 이미 많습니다. 염장 지르는 소리라고요? 글쎄요. 돈을 얼마나 가져야 많다고 보십니까? 제가 언젠가 라디오와 트윗에서 돈 많이 버는 법을 일러드렸는데 다시 한번 말씀 드릴게요.

우선 주위에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을 찾아보세요. 그 사람들이 자식 혼인 시키는 데 돈을 얼마나 쓰는지 보세요. 제 주변에는 집까지 얻어주느라 한 명당 5억원을 쓴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애가 셋이니까 15억원이 있어야 할 판입니다. 그런데 그런 돈을 쓸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앉아서 15억원을 번 셈입니다. 사교육비로 헛돈을 쓰는 분과 비교해서 그 돈을 쓰지 않겠다고 하면 그만큼 버는 겁니다. 마음 속 허전함을 채울 길 없어서 백화점 쇼핑에 돈을 물쓰듯 하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이런 돈을 안 쓰고 살만큼 정신이 야물다면 또 그만큼 부자입니다. 자 이제 여러분께도 돈이 많아졌습니까?

두번째로 사회에 진짜 돈이 고루 돌아가게 하는 법도 공유하고 싶습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이 구조를 깨고 싶다면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흔히들 '땀흘리지 않으면 얻는 게 없다'(no pains, no gains)고 하지요. 이거 부자들이, 기업가들이, 권력자들이 가난한 사람, 노동자, 유권자들 쉽게 부려먹으려고 만든 말입니다. 노력해라, 노력해라, 끊임없이 다그치는 구호입니다. 원래 이 말은 노력(기도)하지 않으면 영성적으로 얻는 것이 없다는 유대교 경전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17세기에 부잣집 출신의 왕당파 시인 로버트 헤릭(1591~1674)이 '노동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을지니 인간의 운명은 노력에 달려있다'(If little labour, little are our gains/Man's fate is according to his pains.)는 구절 앞에 현재와 같은 형태로 붙였다 합니다.

땀흘리는만큼 대가가 오는 공정한 세상에서는 이 말이 통하겠지요. 지금의 대한민국, 아닙니다.일용직 아르바이트부터 재하청의 고단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물론 대기업 정규직 사원조차도 일하면 일할수록 일하게 내몰리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과노동은 맙시다. 올해부터 '얻는 것이 없으면 땀흘리지 말자'(no gains, no pains) 정신을 공유합시다. 사람을 더 많이 고용해야 하는 구조인데 적은 인원으로 쥐어짜면 여러분 모두가 단결해서 저항합시다. 당신에게 부여된 휴가, 휴식, 철저하게 누립시다. 더 많은 사람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구조로 나아가게 모든 현장에서 자기 권리를 철저하게 지킵시다.

무엇보다 땀흘리지 않으면서 얻는 것은 많은 자들을 철저하게 응징합시다. 특혜를 내려놓겠다던 19대 국회의원들이 연금법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새해 새소식으로 들었지요? 이들을 응징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생각해봅시다. 기득권자의 특권을 하나 하나 벗기는 방법을 어떻게 찾아서 실천할지 머리를 모으고 행동으로 옮겨서 고루 잘사는 사회로 나아가는 한 해를 만듭시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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