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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취업 발버둥·부모는 뒷바라지 한숨… "일자리 없인 행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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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취업 발버둥·부모는 뒷바라지 한숨… "일자리 없인 행복도 없다"

입력
2013.01.0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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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말하는 현실가뭄에 콩 나듯 자리나도 대부분 비정규직·파견직힘있는 집 자식들이 우선 비공식 추천서에 맥 빠져끝모를 부양 지친 부모들 자포자기한 자식과 갈등우리는 바란다양질의 일자리 늘어나고 공정한 경쟁 이뤄져 가족들 웃음 되찾았으면

"과연 내가 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좌절한 20대 청년부터 "자녀가 취업하기 전까진 발을 뻗고 잘 수가 없다"는 50대 부모세대에 이르기까지. 청년 일자리 문제는 전 세대를 모두 괴롭히는 국가적 고민이다. '새 정부 5년동안 어떻게 변해야 더 행복해질까'를 물은 한국일보 신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48명 중 39.14%(2위)가 '청년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직접적 당사자인 20대는 절반 넘게(55.3%), 부모 세대인 50대(47.0%)와 70대 이상(48.7%)의 절반 정도가 이를 행복의 절대조건으로 지지했고, 30대(25.4%) 40대(29.4%) 60대(39.1%)에서도 고른 선택을 받았다. 일자리 없이 행복도 없다. 게다가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신규일자리는 32만개로 '취업빙하기'라 불렸던 지난해(44만개)보다도 적다.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를 사는 청년구직자와 부모 세대를 만나 그들의 현재와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먼저 새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해요."

지난달 27일 서울 신촌의 한 스터디룸 카페에서 만난 3명의 청년구직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소망이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졸업을 앞둔 임수진(25)씨는 지난 한 해에만 60~70번 원서를 썼다. 하지만 서류에서 통과한 것은 불과 5번 남짓이다. 토익, 학점부터 자원봉사, 인턴 등 웬만한 스펙은 마련했다고 생각했는데 서류에서부터 미끄러지자 '일단 취업'으로 목표를 낮춰잡았다. 이름 들어본 적 있는 회사면 무조건 원서를 낸다. 하지만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IT업체 관계자로부터 "비공식 추천서가 인사부에 쌓여 있는데 제일 위는 국회의원 자녀, 그 다음은 대기업 임원, 회사 임직원 자녀 순"이라는 말을 듣고 좌절했다. 임씨는 "가뜩이나 적은 자리를 갖고 경쟁해야 하는데 그런 소리를 들으면 맥이 빠진다"며 허탈해 했다.

3년째 라디오 PD를 준비하고 있는 김형모(27)씨 역시 "떨어지면 커트라인점수나 낙방 이유라도 제대로 알려줘 깨끗이 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작년 지방 국립대 졸업 후 서울의 한 공립도서관에서 파견직 사서로 일하는 한선혜(27)씨는 "가뭄에 콩 나듯 나는 채용 공고도 대부분 비정규직, 파견직 대상"이라며 "새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고 취업교육프로그램도 많이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해 국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안드로이드 개발 교육을 받았던 한씨는 밤을 새워가며 노력한 결과 공대생보다 선전해 중소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연봉협상에서 2,400만원을 써낸 뒤 연락을 받지 못했다. 한씨는 "내 기준에선 최대한 낮췄다고 생각했는데 충격이었다"며 "앞으로 눈높이를 더 낮춰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는 내 문제가 아니면 자녀의 문제, 동생 조카 손주의 문제다. 31세 아들과 27세 딸을 둔 강모(56)씨는 요즘 자녀 취직 걱정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7년 전 막내 딸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자식 농사는 다 지었다고 믿었다. 남편과 노후준비에만 몰두할 생각이었다. 사실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휴학 1~2년은 기본'이라고 해서 어학연수도 보내고 각종 자격증학원 뒷바라지도 했지만 은행원을 꿈꾸는 아들과 교사를 희망하는 딸은 아직도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2009년 졸업한 아들은 중소기업 인턴 등을 전전하다 작년 말 시중은행 계약직으로 겨우 들어갔고, 재작년에 졸업한 딸은 최근 임용고시에서 두 번째 고배를 마셨다.

"안정된 직장을 얻지 못하면 결혼도 늦지, 뒷바라지 기간은 길어지지…. 부모 속은 더 탑니다. 일자리 문제는 청년들만의 고민이 아니에요." 까맣게 탄 속을 드러낸 강씨는 "사립학교에 1억원 정도 내면 교사로 뽑아준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렇게 해서라도 딸이 취직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최소 2년 이상 자녀들을 책임져야 하는 강씨는 현재 운영하는 사진관 벌이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부업거리를 알아보고 있다.

오랜 구직 생활에 부모와 자녀 사이가 서먹해진 가족도 많다. 군대 2년을 포함해 어학연수 등 자기 계발로 6년간 휴학한 공대 졸업생 이모(29)씨는 "토익 900점 이상 학점 4.0 이상에 각종 자격증을 갖고 있는 친구들도 서류에서 줄줄이 떨어지고 나 역시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아 불안한 마음에 '정 안 되면 아버지처럼 택시운전을 하겠다'고 말했다가 아버지께 크게 혼났다"고 말했다.

지난?대학을 졸업하고 100번 원서를 쓰고 10번 남짓 면접을 본 김모(27)씨 역시 "다섯 살 위인 오빠도 아직 취직을 못해 가정주부였던 어머니가 3년 전부터 건물청소와 보험판매일을 하시고 새해엔 가사도우미 일을 할 생각을 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에선 정규직이 힘들다면 처우가 좋은 비정규직 자리라도 많이 생겨 취직한 후 온 가족이 서로 웃으며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새해 소망을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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