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의 약진으로 지상파 TV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년 새 케이블 TV 시청시간이 증가한 만큼 지상파 시청시간은 줄어들었다. 아직은 가장 선호하는 매체가 지상파 TV이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는 케이블 TV에 자리를 내줄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인 셈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매년 발표하는 '소비자행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상파 TV 이용시간은 2009년 일 평균 163분에서 4년 만인 지난해 157.4분으로 5.6분 줄었다. 반면 케이블 TV 이용시간은 87분에서 92.2분으로 5.2분 늘어났다.
이 조사는 코바코가 1999년부터 전국 41개 도시 13~64세 소비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것. 한국일보는 매체 이용시간 변화를 보기 위해 유사한 분류기준을 적용한 2009, 2012년 조사결과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케이블 가입가구가 전체 가구의 74%에 달할 정도로 케이블 TV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데다 일반인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 대중적인 콘텐츠가 케이블 채널을 통해 속속 공급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해 MBC, KBS의 파업으로 '무한도전'을 비롯한 인기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결방된 것도 지상파 TV 이용시간을 줄이는데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시청 패턴도 '본방 사수'에서 원하는 시간에 보는 것으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언제라도 주문해서 볼 수 있는 VOD(주문형 비디오조회 시스템)를 핵심 서비스로 한 IPTV의 약진이 대표적이다. IPTV는 출범 4년만에 가입자 618만명을 모으면서 이용시간도 11% 넘게 증가해 유료방송의 핵심축으로 급부상했다. 지상파 실시간 및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pooq'(푹), '티빙' 등이 속속 선을 보이면서 일반 인터넷과 모바일 인터넷 이용시간이 하루평균 총 169.1분으로 4년 전(109분) 보다 60분 가량 늘어났다.
지상파의 위기는 시청자들의 이용 목적을 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습관적으로 틀어놓는다'는 응답자는 지상파가 40%인데 반해 케이블은 37%, IPTV는 30%로 낮았다. '흥미, 오락,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청한다'는 시청자는 지상파가 39%로 가장 낮았고 케이블은 43%, IPTV는 55%로 절반이 넘었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원하는 프로그램을 편한 시간에 볼 수 있는 방법이 워낙 다양해져 지상파에 대한 의존도가 많이 떨어졌다"면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화질, 볼거리 등에서 더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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