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74)의 대하소설 가 30년 만에 완간된다. 1979년부터 1983년까지 한 일간지에 연재된 는 1984년 9권으로 창작과비평사에서'완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작가 스스로 완간이라 밝힌 적은 없다. 작가 김주영씨는 31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9 권 쓰기가 너무 힘들어 연재를 중단했다. 하지만 그때도 10권을 채운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요컨대 장기간 집필로 인한 피로 누적과 건강악화로 83년 9권으로 일단 마무리해 출간했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3월부터 교보문고 웹진에 원고를 연재한 후 마지막 10권을 문학동네를 통해 출간할 예정이다. 김민정 문학동네 편집팀장은 "80년대 연재 중단 때 마무리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30년 동안 작가 마음에 짐처럼 남아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소설 는 83년 연재 때 주인공 천봉산이 임오군란에 연루돼 사형을 언도받고 복역하던 중 무당 매월의 도움으로 도망하는 장면으로 끝맺었다. 10권은 천봉산이 다시 울진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시작된다. 작가는 "울진 내성에 가는 산길은 백두정맥을 가로지르는 길로 '십이령길'이라고 부르는데, 보부상들이 이용한 그 길이 지금도 뚜렷하게 남아 있다. 그 길에 '오전리'란 객주도 있다. 그곳을 중심으로 보부상들의 애환을 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19세기 발전하기 시작한 울진 염전과 소금 상단, 보부상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김씨는 10권의 배경인 울진을 80년대 신문 연재 당시 이미 수 차례 답사를 한 바 있다. 건강을 회복한 후 1999년부터 3년간 울진 일대를 다시 샅샅이 취재했고, 2년 전인 2010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10권 집필을 시작했다.
"9권을 쓸 때 울진 보부상 길을 알고 있었는데 더 이상 쓸 기력이 없었다. 내가 사학과 출신도 아닌데(웃음) 역사소설 쓴다는 게 그때는 너무 힘들었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연재를 중단했는데,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되고 다시 조사를 시작했다."
김씨는 를 마무리 하는데 3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 "나이가 있으니 아무래도 근력이 젊은 시절과는 다르다"며 "쓰다 말다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전소설 (문학동네 발행) 이후 두 번째 인터넷 연재를 하게 된 작가는"젊은 사람이든 나이든 사람이든 쉽게 읽을 수 있게 쓰고 있다"고 했다.
올해 완간에 맞춰 1~9권도 개정판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김씨는 "전체적으로 조금씩 다듬는다. 젊은 사람들 읽기 좋게 한문 표현을 줄이고 우리말을 늘릴 생각이다. 문장도 (요즘 말투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878년부터 1885년까지 보부상의 삶과 활약상을 담은 소설 는 정의감, 의협심이 강한 보부상 천봉삼을 주인공으로 한 보부상들의 유랑이 줄거리다. 경상도 일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근대 상업자본의 형성과정을 그렸다. 피지배자인 백성의 입장에서 근대 역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대하소설의 새로운 전기를 만든 작품으로 평가된다.
오창은 중앙대 교양학부대학 교수는 "황석영의 과 더불어 70,80년대 대하소설로 비교, 논의되기 때문에 완간됐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하소설은 인간의 운명을 그리면서 그 사회의 총체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한국작가들이 지속적으로 도전해야 할 분야다. 그 점에 김주영의 완간은 의미있다"고 덧붙였다. 19세기 민중의 생활언어를 질감있게 살렸다는 점에서 한국어 연구 분야에서도 중요한 사료로 꼽힌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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