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29일부터 편의점 등에서 판매를 시작한 휴대폰 '세컨드(2nd)'를 개통하는 데 드는 비용은 9만4,900원. 이중 휴대폰 기기값이 8만4,900원이고, 1만원이 충전된 유심(USIM)을 구매하면 SK텔링크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충전액이 소진되면 신용카드 등으로 금액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선불제 방식이다. 이 제품은 판매 4주 만에 약 3,300여대가 팔렸다. 일부 편의점 매장에서만 판매가 됐는데도 하루에 100대 이상이 팔린 것이다.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인 ZTE는 지난해 11월6일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23만9,000원짜리 저가 스마트폰 '제트폰'을 출시했다. 4인치 디스플레이에 500만화소 카메라, 안드로이드4.0 운영체제(OS) 등 스마트폰의 웬만한 기본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초기 물량 3,000대가 모두 팔려 추가로 2,000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유통망이 하나임에도 하루 평균 50여 대씩 판매된 것이다.
두 제품의 공통점은 일반폰(피처폰)이나 스마트폰의 평균가격보다 각각 3분의 1 이상 싸다는 것. 100만원 이상의 고가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잡는 사이 한편에선 역으로 10만~20만원대 수준의 중저가 휴대폰도 잘 팔리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은 이른바 '통신비 거품'에 대한 역풍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유통중인 휴대전화 21종의 평균 출고가는 약 85만원. 이 가운데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폰은 단 두 종에 불과하며 취급하는 매장조차 찾기 어렵다. 여기에 통신 요금은 통상 5만~6만원의 정액요금제에 가입, 단말기 요금을 더하면 월 10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LTE가 확산되면서 통신비 지출은 갈수록 불어나는 추세다.
알뜰폰 시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가 아니라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에 가입해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말하는데, 이동통신사로부터 망을 도매가로 빌리기 때문에 통신요금이 20%가량 싸다. 작년 11월말 기준 가입자가 115만 명으로 전년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작년 5월부터 시행된 자급폰 시장도 서서히 자리잡는 추세다. 자급폰은 이동통신사 유통망을 통하지 않고,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 등 경로를 통해 구입하는 휴대폰(공기기)이다. 구입 후 자유롭게 이통통신사나 MVNO 등에 가입해 사용할 수 있다.
애초 기기가 없어 유명무실화가 우려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나 애플 등 기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들도 자급폰을 내놓을 만큼 중저가 시장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작년 상반기 갤럭시M(49만8,000원)을 선 보인데 이어 11월 2호 자급폰인 갤럭시에이스플러스를 절반 가격인 24만8,200원에 선보였다. 애플도 지난달부터 자급제용 아이폰을 판매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지난해 39만원 가격에 자급폰인 옵티머스L7을 출시한 바 있다.
이런 경향은 올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알뜰폰 사업에 뛰어드는 MVNO사업자가 점차 늘고 있는 데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까지 가세해 소비자들이 접할 기회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한 화웨이를 비롯한 ZTE 등 중국업체들이 올해 국내 시장에 중저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최신 제품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의 경우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2%에 불과해 영국, 미국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상황"이라며 "소비자의 수요가 분명한 만큼 올해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활성화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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