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시행된 신용카드 수수료율 조정안을 끝내 거부한 이동통신 3사에 '법적 조치 검토'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수수료율 인상의 합리적 근거를 대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자칫 법정공방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2일 금융권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새 수수료율 체계 시행 이후 조정안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이통사들은 신용카드사와의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 원가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이통사에 1.85~1.89%의 새 수수료율을 제시했으나, 그간 1.1~1.5%를 냈던 이통사들은 1.5% 이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별 가격협상에는 되도록 개입하지 않으려 했으나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통신 3사의 버티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조만간 통신사 수수료율을 집중 점검해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통사 입장에서 볼 때 ▦통신비 카드 결제는 대손 위험(돈을 갚지 않을 위험)이 거의 없는데다 ▦카드 결제를 하면 요금을 깎아주는 등 마케팅 비용은 상당하고 ▦카드 결제 덕에 결제대금 회수 등 관리비용도 아끼고 있는데 법정 최저수수료율인 1.5%를 고집하는 건 '갑'의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당국은 최근 KT와 SK텔레콤 측에 이런 입장을 통보한 데 이어 조사 결과에 따라 형사 고발과 공정거래위원회 통보 등도 검토하기로 했다.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은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관계기관에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통사 측은 법정공방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카드사들이 명확한 인상 근거(원가 산정)를 제시하지 않은 채 금융당국을 등에 업고 엄포를 놓고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차라리 금융당국이 고발해 누가 잘못인지 법정에서 따져보고 싶을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이통사의 신용카드 거래는 대부분 월 한 차례씩 자동으로 결제하는 요금 결제라 결제대행 수수료가 타업종보다 극히 낮다"며 "기존의 사적 계약을 무시한 일부 카드사에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등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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