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했던 강원 춘천시 근화동 캠프페이지(Camp Page)가 60여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춘천시는 캠프페이지 57만㎡(17만2,425평) 부지에 청보리 밭과 옥수수 꽃밭 등을 조성해 가정의 달인 5월 개방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시는 이미 지난해 10월 호맥과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을 파종했다. 양과 송아지, 닭, 조랑말이 뛰어 다니는 동물농장 등 도심 속 농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시의 복안이다.
이와 함께 시는 시내 3.5㎞의 캠프페이지 콘크리트 울타리를 걷어내고 격납고 두 곳을 해체해 배드민턴장과 인공암벽 등 레저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또한 캠프페이지에서 춘천의 도심인 중앙로로 이어지는 평화로 양쪽에는 경관용 화단이 들어서고, 옛 근화동 주민센터 인근 1만3,000㎡(3,932.5평) 부지는 주말농장으로 탈바꿈한다. 춘천시 관계자는 "도심에 녹지 및 휴식공간을 마련해 일상에 지친 시민들이 재충전할 수 있는 곳으로 가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춘천시 근화동과 소양로 일대에 걸쳐 있는 캠프페이지는 1951년부터 미군이 주둔했다. 한미협약에 따라 2005년 미군이 철수했고, 지난해 말까지 환경정화 작업이 진행됐다.
캠프페이지 부대 인근은 미군을 상대로 한 술집과 클럽, 옷 가게 등이 들어서 '작은 아메리카'로 불렸다. 춘천 중앙시장에는 캠프 페이지에 보급되는 미제 상품을 파는 '양키시장'이 등장했다.
캠프페이지는 역사적인 사건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지난 1983년 5월5일 테러리스트에게 공중 납치된 중공 민항기가 캠프페이지에 불시착 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미군이 캠프페이지 부대 내에 다량의 고엽제를 폐기했다는 퇴역 군인의 주장이 제기돼 당국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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