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종석(24), 2010년 학교 운동장에서 초등학생을 납치 성폭행한 김수철(48) 등 최근 붙잡힌 아동 성폭행범의 주거지에서는 공통적으로 아동 학대 음란물에 탐닉해온 흔적이 발견됐다. 아동 음란물이 아동 대상 성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아동 성범죄자의 16% 즉 6명 중 1명이 범행 직전에 아동 음란물을 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반 성범죄자(7%)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법무부는 2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성폭력 범죄 수형자 288명과 일반인 170명을 상대로 조사한 '아동음란물과 성범죄의 상관관계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수형자 중 13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는 87명이다.
조사 결과 '성범죄 범행 직전(최대 7일 전)에 아동 음란물을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아동 성범죄자는 16%로 일반 성범죄자(7%)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범행 직전 2회 이상 아동 음란물을 봤다고 답한 비율도 아동 성범죄자가 13.7%로 일반 성범죄자(5%)에 비해 훨씬 높았고, 범행 전 1주일 간 아동 음란물을 11~50회(4.6%), 50회 이상(3.4%) 봤다고 한 아동 성범죄자도 있었다.
또 성범죄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평소 아동ㆍ폭력 음란물을 집중적으로 찾아보는 '고사용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음란물을 주 1회 이상 보는 성범죄자 비율은 13.9%로 일반인(5.9%)의 2배, 폭력 음란물을 주 1회 이상 보는 성범죄자 비율은 7.2%로 일반인(1.8%)의 4배에 달했다. 성인 음란물을 본 뒤 성적 충동을 느낀 비율은 일반인이 77.5%로 성범죄자(64.9%)에 비해 높았지만 아동ㆍ폭력 음란물에 대한 반응은 반대였다. 아동ㆍ폭력 음란물을 본 뒤 성적 충동을 느낀 일반인은 각각 5.9%, 11.8%였지만 성범죄자들은 10.2%, 17.1%가 반응을 보였다. '음란물이 성범죄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는 일반인 38.3%, 성범죄자 56.8%가 각각 '그렇다'고 답했다.
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는 아동 음란물을 많이 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식의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아동 성기호를 가진 이들이 관련 음란물을 통해 왜곡된 태도와 일탈적 성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 음란물 제작 및 유포 자체가 명백히 불법인데도 많은 이들이 유료사이트나 스마트폰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아동 음란물에 탐닉해온 것으로 드러나 강력한 상시적 단속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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