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헌법을 기초했으며 헌법에 양성 평등 조항을 포함시킨 베아테 시로타 고든(89)이 췌장암으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유족 측이 31일 밝혔다. 고든의 딸 니콜은 "모친의 유언은 일본 헌법 내용 가운데 평화와 여성 권리 조항의 보존에 관한 것이었으며, 모친은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 레오 시로타의 외동딸로 빈에서 태어난 고든은 교수 초빙을 받은 부친을 따라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가 10여년간 도쿄에서 살았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밀스 칼리지에서 유학했고 미국 시민권을 얻었으며 45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연합국 사령부에서 통역관으로 일했다. 불과 22세였던 46년 2월 양성 평등에 관한 헌법 24조를 포함해 일본 헌법의 인권 조항을 기초했으며 일본 정부와 연합국 사령부 간 헌법 자구 협상에 참여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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