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세무사 A씨(당시 52세)는 3년 전 서울 서대문구 요정에서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나 내연 관계가 된 여성 B씨(당시 31세)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B씨는 “위암에 걸려 영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료비가 필요하다”고 했고 A씨는 2주일 동안 3,300만원을 B씨 계좌로 보냈다 B씨는 이후에도 “임상시험 치료 실패로 인한 개복 수술비를 빌려달라” “간병인 비용 3개월치를 내지 못했다”며 3년 동안 A씨로부터 2억1,000여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B씨는 위암에 걸린 적도, 영국에 간 적도 없었다. 그는 다른 남성과 결혼을 맘 먹었지만 A씨의 든든한 후원도 놓치고 싶지 않아 거짓 병을 꾸며냈던 것. A씨는 이미 3년간 “내가 책임질 테니 요정을 그만두라”며 8,000만원 상당의 생활비를 준 상태였다.
B씨의 거짓말은 남편의 계좌에서 큰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의심한 A씨 부인이 B씨의 블로그를 찾아내면서 들통이 났다.
A씨는 그제서야 B씨가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았고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결혼을 해 아이까지 있는 상태였다. 처음 A씨를 만났을 때 서울 명문 사립대 학생이라고 소개했던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 2단독 조규현 판사는 내연남으로부터 거짓말로 수년간 수억 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사기범죄로 받은 돈을 변제하거나 공탁한 점, 어린 아들을 부양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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