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내 미술계가 가장 주목할 전시는 6월에 열리는 폴 고갱(1848~1903) 회고전이다. 그의 대표작 100여 점을 모으는 것 자체가 국내 처음인데다 말년의 걸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가 오는 것은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와 함께 11월 중순 개관하는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삼성미술관 리움과 주요 갤러리에서도 국내외 거장들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6월 14일부터 열리는 '고갱:신화 속으로의 여행'에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파리 루브르박물관, 러시아 에르미타주박물관 등 30여개국의 세계적인 미술관이 소장한 고갱 작품이 나온다.
30대 중반에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선 고갱은 작품 활동의 전반기에 프랑스 서부 해안 마을에 정착해 원근법을 무시한 색면분할 기법으로 상징주의적인 회화를 남겼다. 이어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유럽을 등지고 남태평양 타히티로 건너가 원시미술과 서양회화의 접목을 꾀한 서양근대미술사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양식을 만들어냈다.
이번 전시는 고갱 예술을 특징짓는 두 시기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백미는 국내 처음 전시되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이다. 가난과 고독과 병마와 싸우면서 죽음을 예감한 고갱이 사실상 유언을 대신해 그린 폭 4m에 가까운 이 작품은 서구 문명에 찌들지 않은 타히티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해외 작가로는 움직이는 조각 모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한국 첫 회고전도 눈 여겨 볼만하다. 7월 18일부터 리움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는 칼더의 초기작인 철사 작품부터 대표적인 모빌, 스태빌, 회화, 드로잉까지 망라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인물화가이자 미국 여성ㆍ흑인운동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앨리스 닐(1900~1984) 전(갤러리현대)도 인상에 남을 전시다.
일본을 대표하는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의 아시아 첫 회고 개인전 '아주 표피적인 이상한 나라의 다카시'(삼성미술관 플라토), 미국의 마이너문화를 자유분방하게 표현한 장 미셸 바스키아 전시와 바느질 작업을 하는 함경아 전(국제갤러리)도 볼만하다. 사진전으로는 일본 현대사진을 대표하는 스기모토 히로시(삼성미술관), 프랑스의 현대사진작가 조르주 루스(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가 눈에 띈다.
불황에다 올해부터 미술품에 양도세가 부과(작고작가 6,000만원 이상 거래 차액의 20% 과세)돼 미술시장이 더 위축된 탓인지 국내 작가 전시의 경우 기획전이 늘어나고 개인전은 유명 작가 중심이다. 갤러리현대는 15일부터 '옛 사람의 삶과 풍류' 전을 시작으로 황규백, 김종학, 김창열, 전준호 등의 전시를 선보인다. 가나아트갤러리는 권진규, 배병우, 고영훈 전시를, 학고재는 강요배 전시 등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개관전으로 국제적인 큐레이터들이 함께 참여하는 특별주제전인 '연결-전개'와 장르융합적 전시인 '알레프 프로젝트', 서도호 작가 등의 대형현장설치작품 전시를 추진 중이다. 서울관 개관에 맞춰 과천 본관에서는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미디어 소장품을 교류하는 '비디오 빈티지' 전, 영국 테이트미술관 소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작 '물가의 더 큰 나무들' 전 등을 개최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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