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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대통령'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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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대통령'이 돼라

입력
2013.01.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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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문제는 소통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는 이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언론인이나 주변 언론인 출신 참모들에게 한 번만 물어봤더라면 윤창중씨를 발탁할 생각을 진작 접었을 게다. 거칠고 품위 없는 언사에 정치판과 언론계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드는 변신을 좋게 볼 언론인은 없기 때문이다. 언론계서 불신 받는 대변인을 두고 원만한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터넷만 뒤졌어도 돈봉투를 받아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걸러졌을 테고, 측근들에게 한 마디만 물었어도 하청업체 돈을 제때 주지 않는 이는 제쳐 놨을 터다. 당선인 1호 인사라는 상징성은 소통 부재로 빛이 바래고 얼룩이 졌다.

당선인의 의도든, 대변인의 연출이든 인사 보안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취지였을 '밀봉 퍼포먼스'는 우스꽝스러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과거 깜짝 인사 카드를 던져놓고 주변에 "놀랐제?"라고 물어봤던 일화를 보는 듯하다. 인사 누설의 피해는 권력자들간의 관계일 뿐 사실 별 게 없다. 하지만 잘못된 인사는 국민들에게 정권에 대해 실상 이상의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후유증을 오래 남긴다. 이를 알기에 사전에 언론에 인사 안을 띄워놓고 반응을 떠보는 대통령도 있었다. 오히려 그런 경우 말썽이 적었다. 당선인의'철통 보안'과 '깜깜이 인사'는 예기치 않게 새 정부의 앞날에 먹장구름을 짙게 드리웠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 파동이 인사권은 철저히 대통령이나 1인자의 권한이라는 권위적 인식의 소산인 것 같아 걱정이다. 당선인은 보안만 중시했을 뿐, 국민에게 인사 배경을 설명하고 공감을 구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혹여 국민을 섬김의 대상이 아닌 통치의 대상으로 봤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박 당선인은 당선 다음날 대통합과 대탕평으로 분열과 갈등을 끝내겠다고 했다. 통합은 소통을 전제로 한다. 인수위에 특위를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세대간, 지역간 화합이 되고 갈등이 눈 녹듯 사라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도 사회통합위원회란 것을 만들어 운영해왔으나 남는 건 산더미 같은 서류뿐이었다. 선거 때 데려다 썼던 호남 사람 몇 명에게 감투를 씌웠다고 그걸 탕평이라고 반색하는 호남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소통을 하려면 반대편을 만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야 한다. 상대방이 뭘 고민하는지를 알아야 다독이고 감싸 안을 수 있을 게 아닌가. 대한문 앞 농성텐트를 찾아가 쌍용차 해고자들을 만나 그들의 하소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칼바람을 맞으며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찾아가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자유를 지키려다 해직된 기자들에게 언론이 뭐가 잘못됐는지를 들어봐야 한다. 선거유세 때 자주 찾았듯이 대학가에 가서 20대들에게 "잘할 테니 나를 믿어달라"며 손을 맞잡을 수 있어야 한다. 광주를 방문해 "호남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며 도와달라고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게 소통이고 통합이다.

당선인이 진정으로 대통합을 바란다면 자신을 찍지 않은 48%를 먼저 달래고 껴안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거운동 때는 상대방 끌어안기가 눈치 보였을지 모르지만 당선인 신분이 된 지금은 통 큰 행보를 유감없이 보여야 할 때다. 박 당선인을 지지한 51.6%도 그런 여유와 아량은 있다. "왜 그들부터 만나냐"고 삿대질하거나 고깝게 보기는커녕 "역시 박근혜"라며 박수를 보낼 것이다.

새해 첫날 사람들은 떠오르는 해를 보고 덕담을 나누고 희망을 얘기한다. 자신과 가족, 사회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나아가 정권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 성공을 바랄 것이다. 하지만 한숨과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앞으로 5년을 어떻게 지내냐"며 불편한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게 현실이기에 그들을 외면하고는 결코 '100% 대한민국' 건설도 '국민행복시대'도 도래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비는 마음은 52% 든 48%든 다르지 않다. 부디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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