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의 첫 해가 떠오른다. 어떤 이에게는 희망의 태양이다. 그러나 다른 어떤 이에게는 씁쓸한 해일뿐이다. 지난 연말 박근혜 당선인은 51.6% 과반의 득표율로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근혜를 선택하지 않은 48%의 국민들은 내심 선거결과를 부정하려 들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분노하고 있다. 치열한 대선과정을 돌이켜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진한 법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컸기에, 후보단일화만 되면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했기에 좌절감이 더욱 크다. 48%의 국민들은 부정과 분노의 단계를 거쳐 점차 현실과 타협하려고 들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의욕을 상실한 채 냉소적 집단 우울증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난 다음에야 마지못해 현실을 수용하게 된다.
이번 18대 대선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난제인 '지역, 계층, 이념 간 대립과 대결'에'세대 간 갈등'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남겼다.
두 달 후인 2월 25일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5년 내내 풀어가야 할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박 당선인도 이를 의식한 탓인지 거듭해서 '국민대통합'과 '대탕평 인사'를 강조하고 있다.
국민통합을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을 꼽으라면 단연 인사와 예산일것이다. 능력 있는 인물을 어떤 편견에 의하지 않고 공평하게 기용하는 것이 바로 탕평인사다. 탕평인사만 이루어져도 절반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 다음이 정실에 치우치지 않는 지역과 계층에 대한 고른 예산배분이다. 소외되고 그늘 진 곳을 고루 잘 살피는 섬세함이 필요하다.
우리보다 정권의 인수인계 경험이 풍부하고, 다인종 국가로서 자칫하면 분열되기 쉬운 공동체를 효과적으로 통합해 온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선 후 취임할 때까지 대통령당선인은 3가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인사(people), 과정(process) 그리고 정책(policy), 즉 이른바 3P의 도전이다.
이 도전을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 나가느냐가 대통령의 성패를 좌우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우선적으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이 잡음 없는 정권인수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이다.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기보다는 후보 시절의 공약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여 정권출범과 함께 시행착오 없이 바로 국정운영에 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말같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적재적소에 딱 들어맞는 인재를 발굴하는데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당선인이 가장 먼저 직면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지금 박 당선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는 친박이라서, 누구는 어느 지역 출신이니 안 된다'는 읍소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또 '이 사람은 대통합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다. 저 사람은 소외된 지역 사람이다'는 압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으로 '배제'하고 저런 조건으로 '배려'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모든 것을 원점에 놓고 능력과 됨됨이, 그리고 함께 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인사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차별의 불만도 역차별의 원성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약팽소선'(若烹小鮮). 인사는 생선을 굽듯 조심스럽고 고르게, 그리고 자주 뒤집으면 안 된다.
어느 누구든 대통령에 당선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순간부터 '나 홀로 집에'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의 생활을 강요당하게 된다. 아무리 가까운 측근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터놓고 의논하기조차 어렵다. 모든 눈들이 바로 대통령 입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주변은 온통 위험의 덫으로 둘러 쌓여있다.
2월 중순까지는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외교ㆍ안보적 위기, 암울한 경제현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국민들의 욕구를 능수능란하게 해결해 나갈 드림팀을 구성해야 한다. 배제도 배려도 그 다음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