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가 함께 무대에 설 날을 꿈꾸고 있습니다."
강원 지역 출신의 한 음악영재가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대학원 두 곳에 합격했다. 네덜란드에서 유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최자랑(23)씨는 최근 영국 왕립음악원(Royal Academy of Music)대학원과 영국 왕립음악대학(Royal College of Music) 대학원으로부터 동시에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두 곳 모두 세계 5대 음악대학으로 꼽히는 명문학교로, 문화예술 인프라가 열악한 강원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경사다. 최씨는 두 곳중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곧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동해초등학교 1학년 때 월드비전 복지관이 운영하는 방과 후 교실을 통해 클래식에 입문했다. 동해시 아트챔버 오케스트라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했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인 2002년 선배들을 제치고 중학생 음악실기대회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성장속도가 빨랐다. 아버지 최형준(54)씨는 3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바이올린 키를 잡으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음악에 빠져들었던 아이"라고 딸을 소개했다. 최씨는 현재 네덜란드에 체류중이다.
동해시 청소년 교향악단에서 꿈을 키워가던 그는 2006년 북평여고 1학년을 마치고 더 큰 무대에 서기 위해 홀로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 베를린 음학학원을 수료한 뒤 2008년 다시 네덜란드 국립 쯔월레대에 입학해 학업을 이어갔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밤이 새도록 바이올린 연주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 결과 4월 이탈리아 발세시아 국제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해 세계 클래식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씨의 뒤에는 맏딸의 성공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 맨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었다. 동해시 공무원인 아버지는 박봉을 쪼개 시간당 10만원이 넘는 레슨비와 유학비를 댔고, 어머니 홍기자(53)씨는 미용실을 열어 유학생활을 도왔다.
아버지의 바람은 최씨와 현재 총신대에서 첼로를 전공하는 막내 소진(19)씨가 세계적인 연주가로 성장해 어머니와 함께 가족 음악회를 여는 것이다.
동해=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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