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을 바꿔보겠다고 열심히 애쓰는 친구에게 조금 조언을 해 준 것 뿐인데, 칭찬을 받자니 쑥스럽네요."
수사 도중 알게 된 10대 미혼모 A(18)양을 남몰래 도와 온 울산지검 특수부 이순옥(34ㆍ사법연수원 35기) 검사는 법무부가 뽑은 제1회 우수인권검사에 선정된 30일 "희망을 찾아 노력해 온 아기 엄마와 아빠가 대견하지 제가 한 일은 많지 않다"며 몸을 낮췄다.
이 검사가 A양과 남자친구 B(20)씨를 처음 만난 것은 울산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지난해 11월. B씨는 이 검사방에 배당된 소위 뺑소니 사건 피의자였다. 이 검사는 말수가 적고 주눅이 든 B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잠시 폭력조직에 몸을 담았던 그가 몇 달 전 여자친구인 A양이 임신하자 "가정을 책임져야겠다"며 조직을 탈퇴했고, 보복 폭행을 피해 달아나던 중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양이 처한 상황은 기초생활수급자였던 양가 부모님, 그만 둔 학교, 임신으로 불러오는 배, 구속된 남자친구 등 그야말로 첩첩산중이었던 것.
전후사정을 알게 된 이 검사는 A양을 검사실로 불렀다. 이 검사는 "초음파 촬영비가 없어 산부인과에 가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주위에 도움을 줄 어른들이 많지 않아 나라도 옆에서 조언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른바 '멘토'가 된 이 검사는 A양에게 출산장려금 지원제도 등을 안내하는데 그치지 않고 출산용품 선물, 아기 책 선물, 진로상담 등을 하며 최근까지도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고 있다. 이 검사는 "올 여름에는 예쁜 아기가 태어나서 교도소에 있는 B씨가 사진과 감사편지를 보내왔다"며 "이제는 죄인이 아닌 행복한 아빠로 살고 싶다는 말에 오히려 제가 큰 감동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이 검사와 A양의 사연은 주변 직원들이 이 편지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이 검사는"범죄 피해자든 피의자든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상이 검찰이라고 생각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로 큰 틀에서 세상에 변화를 주면서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희망을 찾아 노력하는 범죄 피해자, 피의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법무부는 이날 이 검사를 비롯해 대구지검 김천지청 왕선주(34ㆍ연수원 38기) 검사, 대구지검 김진(32ㆍ연수원 40기) 검사, 광주지검 이기석(38ㆍ8급) 수사관, 창원지검 마산지청 황승민(48ㆍ6급) 수사관, 통영지청 박성길(47ㆍ7급) 수사관등 모두 6명을 인권 검사ㆍ수사관으로 선정했다. 법무부장관 표창은 31일 각 지방검찰청에서 전달된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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