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할리우드 여배우 메릴린 먼로(1926~1962)를 공산주의자로 의심해 장기간 사찰했던 사실이 50년 만에 밝혀졌다.
AP통신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문서를 근거로 "FBI가 1962년 8월 먼로가 사망할 때까지 먼로를 수년간 감시했으나 공산당에 가입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당시 FBI 국장은 공산주의자를 혐오했던 존 에드거 후버(1895~1972)였다.
AP통신에 따르면 FBI가 먼로 사찰 문건을 작성하기 시작한 것은 55년부터다. FBI는 먼로와 다른 연예인들이 러시아 방문을 추진한다는 의심을 품고 먼로의 여행 기록과 친구 관계 등을 집중 감시했다.
FBI는 먼로가 62년 멕시코로 여행을 갔을 때 좌익활동가 프레더릭 밴더빌트 필드(1905~2000)를 만난 것도 감시하고 있었는데 당시 먼로와 필드가 서로에게 상당한 호감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도 FBI 문건에 포함돼 있다. 필드는 미국의 철도 부호인 밴더빌트 가문의 상속인이었으나 좌익 사상에 심취하는 바람에 거부를 상속받지 못하고 멕시코로 정치적 망명을 가 있던 상태였다.
후버가 37년간 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FBI는 숱한 연예계 인사를 좌익으로 몰아 사찰했다.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내트라(1915~1998), 영화감독 찰리 채플린(1889~1977), 먼로의 세번째 남편인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도 FBI의 감시를 받았다.
그러나 AP통신이 공개한 FBI 문건에는 먼로의 사망과 관련한 기록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먼로가 62년 8월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을 때 밝혀진 공식 사인은 수면제 과다복용이었지만 FBI 등 정부기관이 먼로의 죽음에 연루됐다는 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