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MB정부의 도를 넘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높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내년에 임기가 종료되는 공공기관 기관장ㆍ임원이 400명에 육박하고 있어 전문성 위주의 객관적인 인사 원칙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alio.go.kr)'에 따르면 청와대를 거쳐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고위 임원으로 재취업한 인사는 최소 44명, 정부부처에서 산하기관 고위직으로 옮긴 인사가 약 250명에 달한다. 특히 청와대 출신 40명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지난해 이후 임기를 시작해 차기 정부의 운용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청와대 출신 기관장은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전 정무1비서관), 정정길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전 대통령실장), 양유석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원장(전 방송정보통신 비서관) 등이다. 연규용 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이 2010년 부산항보안공사 사장에 임명된 데 이어 후임인 최찬묵 전 청와대 경호처 차장도 2월 인천항보안공사 사장으로 옮겼다.
공공기관의 '2인자'로 불리며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는 감사도 청와대와 대통령 직속기구 출신이 19명이나 포진했다. 이달 들어서만 유현국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실 정보분석 비서관, 박병옥 대통령실 서민정책비서관, 이성환 대통령실 국정홍보비서관, 유정권 대통령실 경호처 군사관리관 등 4명이 각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감정원 감사로 선임됐다. 올해 하반기로 확장하면 한국영상자료원, 한국감정원,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예탁결제원 등 최소 13개 기관의 감사가 청와대 낙하산이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낙하산 인사는 그간의 인맥을 이용해 특혜를 누리는 등 공공기관 운영 투명성에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장이나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이후 공무원 경력이 확인된 인사만 251명에 달한다.
국토해양부 산하 32개 공공기관 가운데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 박종록 울산항만공사 사장,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등 국토부(옛 건설교통부ㆍ해양수산부 포함) 출신이 30명이나 임명됐다. 지식경제부가 담당하는 60개 공공기관에도 최평락 한국중부발전 사장, 김현태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지경부(옛 산업자원부 포함) 출신 22명이 임명됐다. 다른 부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옛 재정경제부 포함), 교육과학기술부도 10명 안팎의 기관장 및 임원을 배출했다.
작년 이후 인선된 낙하산 인사들은 차기 정부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최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하고 있는데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취임 이후 대규모 인사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자칫 MB정부 초기에 참여정부 출신 공공기관장과 임원들을 '물갈이' 할 때와 같은 사회적 피로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 및 임원도 177개 기관 367명에 달해 이들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이정욱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기업에 낙하산 인사가 들어서면 업무 파악부터 막혀 내실 있는 경영을 하기가 힘들다"면서 "공기업 인사 전에 관련 기관, 시민단체에 공지기간을 주고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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