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에서 마시는 생맥주의 양이 주문보다 최대 23% 적게 나온다는 사실이 소비자원 조사로 확인됐다. 특히 2,000~3,000㏄ 피처 잔은 아예 잔 크기가 용량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 권고에 따라 맥주 제조사들은 내년 1월부터 아예 정확한 눈금이 표시된 잔을 공급할 계획이다.
30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강남역 등 서울 6개 지역 90개 맥줏집의 생맥주 실제 제공량을 측정해보니 주문량 대비 평균 13~23%가 적게 나왔다.
실제 제공된 평균치를 보면 500㏄ 주문 시에는 435㏄, 2,000㏄에는 1,544㏄, 3,000㏄에는 2,309㏄가 나왔다. 주문량 대비 평균 제공률이 500㏄ 87%, 2,000㏄ 77.2%, 3,000㏄ 77%인 셈이다. 소비자원은 "생맥주 판매업소마다 양의 차이가 컸으며 3,000㏄ 주문 시 업소 별 차이가 최대 460㏄에 달했다"고 밝혔다.
제공량이 주문량과 차이가 나는 것은 업소에서 맥주를 적게 따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맥주 용기 자체의 용량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비자원이 생맥주 잔 용량을 측정해보니 500㏄는 일치했으나 2,000㏄와 3,000㏄의 이른바 '피처 잔'은 실제 1,700㏄와 2,700㏄밖에 되지 않았다. 업소에서 쓰는 생맥주 잔(용기)은 대부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맥주업체가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대용량 생맥주를 주문하면 단위가격이 낮아 경제적일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도 않았다. 생맥주 500㏄와 2,000㏄는 ㏄당 단위 가격이 각각 7.2원과 7.1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소비자원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생맥주 주문량과 실제 제공량의 차이를 개선하도록 관련 업계에 촉구했고, 맥주 제조사들은 내년부터 양을 속일 수 없도록 눈금이 새겨진 생맥주 잔을 보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500㏄ 잔은 450㏄, 1,700㏄ 잔은 1,500㏄, 2,700㏄ 잔은 2,500㏄로 수정해 정량을 표시한 뒤 업소에 제공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맥줏집에서 사용하는 생맥주 잔은 소비자가 정량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용량 선을 명확히 표시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판매업소는 용량 선이 표시된 생맥주 잔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정확한 제공량이 표기된 메뉴판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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