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는 3차에 걸친 치열한 예선을 거쳐 최종 오디션에 선발된 12개 팀이 노래와 연주, 개그 등의 경연을 펼쳤다. 방송사 오디션을 방불케 한 이날 행사는 청정원과 종가집으로 유명한 대상그룹의 송년회 자리였다.
청정원 모델인 가수 이승기를 비롯한 전문가들과 경영진의 심사결과 우승은 18명으로 구성된 합창단 '드림콰이어'가 차지했다. 이들은 '최진사댁 셋째딸'곡으로 참가해 완벽한 하모니와 춤을 곁들여 600만원의 상금을 따냈다. 드림콰이어 멤버인 장희윤 프로세스 이노베이션(PI)본부 혁신기획팀 매니저는 "동료들과 함께 땀 흘리며 노력한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상까지 받게 될 줄 몰랐다"며 "내년에도 멤버들과 우승에 재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연말 송년회가 달라지고 있다. 술 마시고 노래하는 '전통적인'스타일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패션쇼, 동화구연, 헌혈 참여 등 직원들과 즐거움과 보람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스타일의 오디션 열풍까지 더해져 행사가 더욱 풍성해졌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1,000여명에 달하는 전 직원이 동화책을 만드는 송년회 '스토리캠프 2013'을 열었다. 한 조에 10~15명씩 배정된 직원들은 새해 바람과 희망을 담아 회사의 미래를 한편의 동화로 구성, 표지 이미지까지 그린 뒤 발표하며 소통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눈길을 끈 동화는 . 네이트 로고이름인 레드젬이라는 벌집 속에서만 일하던 꿀벌이 다른 팀으로 일일 파견 근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꽃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접하게 되는데, 벌꿀과 꽃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선영 검색서비스팀 매니저는 "벌꿀과 꽃이 서로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듯 조직에서도 이기주의와 무관심을 이겨내면서 색다르고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가자는 내용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패션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서울 강남 청담동의 한 카페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레드카펫 행사를 열었다. 아르마니를 운영하는 해외1사업부 200여명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의상을 선택하고 패션감각을 뽐냈는데, 본사 직원은 물론 매장직원까지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송년회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풀무원은 20일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과 함께 명사특강을 열고 아동 결연서를 작성했다.
SPC그룹은 올해로 4회째 헌혈 봉사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했다. 헌혈에 참가한 임직원들은 헌혈증을 크리스마스 트리에 직접 장식했고, SPC그룹은 이 헌혈증을 한국 백혈병 어린이 재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학생복업체 에리트베이직 임직원들도 21일 서울 금천구 내 독거노인 등 소외가정 60곳을 찾아 급여의 일부를 적립해 마련한 패딩점퍼와 쌀 등 월동 용품을 전달했다. 한국 야쿠르트는 연말까지 전 직원이 보육원과 소아병동 등 17개 사회복지기관을 찾아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주고, 독거노인에게는 연탄을 제공한다.
신년 시무식을 봉사활동으로 준비한 곳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말까지 고객이 매장 내 소망트리에 카드를 1장 달 때마다 쌀 100g을 적립하고 이를 내년 2일 서울 강남구 내 기초수급생활자 500가구에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김범수 신세계인터내셔날 인사팀장은 "해가 거듭할수록 술을 마시는 송년 모임보다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행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