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용인술'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친박계 내 권력지도 재편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인 비서실장과 대변인 인명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1차 명단 발표에서 드러난 특징 중 하나는 '가급적 친박계 배제'이다. 여기에 대선 승리 이후 친박계 실세들이 하나 둘씩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상대적으로 친박 색채가 옅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 내 무게중심의 이동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이런 흐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인사가 인수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진영 당 정책위의장과 권영세 전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이다. 두 사람 모두 '범친박계'로 분류되면서도 계파색이 강하지 않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진 부위원장은 친박계를 떠났다가 되돌아온 대표적인 복박(復朴) 인사이다. 그는 2004년 박 당선인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으며 관계를 맺었으나 2007년 경선 당시 박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데 이어 2010년 6월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표결 당시 찬성 표를 던지며 사실상 계파를 떠났다. 그러다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 당시 이한구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로 나서면서 관계 회복을 시도했고, 대선 과정에선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을 맡아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이번에 인수위를 사실상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됨에 따라 친박계 내 신실세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잡게 됐다.
권 전 실장의 경우 4ㆍ11 총선 과정에서 공천을 주도한데 이어 대선에선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향후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3선 의원 출신으로 현재 원외라는 점이 오히려 그의 활용도를 높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와 함께 이주영 전 선대위 특보단장과 쇄신파로 '박근혜 비상대책위' 멤버로 활동했던 김세연 의원 등도 친박계 핵심과는 거리가 있으면서도 박 당선인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기존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당분간 외부로 크게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의 '복심'(腹心)인 최경환 의원은 대선 기간 2선으로 물러난 뒤 계속 낮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이학재 전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임명직을 일절 맡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했다.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도 대선 기간 임명직 포기 선언을 한 바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 역시 당분간 당직에 전념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 일각에선 박 당선인이 정책 전문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19대 국회에 입성한 안종범 강석훈 이종훈 의원 등 친박계 경제통 인사들에게도 상당 부분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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