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시대가 개막하면서 20세기 초 중국 민족주의의 상징이었던 황푸(黃埔)군관학교가 주목받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8일 보도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외곽 창저우다오(長洲島)에 자리잡은 황푸군관학교는 1924년 제1차 국ㆍ공합작의 열매로 개교했다. 당시 국민당과 공산당은 청나라 멸망 후 군벌들에 의해 갈가리 나눠진 중국을 통일해 민족국가를 건설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손을 잡았다. 국민당을 이끌던 쑨원(孫文·1866~1925)은 북벌에 필요한 군사력을 기르기 위해 먼저 황푸군관학교를 창건했다. 초대 교장은 국민당 측의 장제스(蔣介石·1887~1975)가 맡았고 정치 주임에는 훗날 공산 중국의 총리가 된 저우언라이(周恩來ㆍ1898~1976년)가 기용됐다. 학교는 1927년 국ㆍ공합작이 깨지면서 문을 닫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국민당과 공산당의 지도자를 배출했다.
광저우에선 지금도 흰색 2층짜리 황푸군관학교 건물을 볼 수 있다. 1937년 중일전쟁 때 일본군의 폭격으로 파괴됐지만 1984년 박물관으로 복원됐다. 이 작은 건물이 최근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달 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이 "위대한 중화 민족의 부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쩡칭류(曾清流) 광저우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쑨원이 황푸군관학교를 세운 취지인 중국의 단결과 재탄생이 시진핑의 목표와 완전히 일치한다"며 "이 때문에 많은 중국인들이 이 학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IHT에 말했다.
황푸군관학교 건물에서는 20세기 중국 전쟁의 역사를 다룬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는 중국 대륙에서 활동하던 시기의 장제스를 담은 흑백사진도 걸려 있다. 장제스는 국민당을 이끌며 공산당과 내전을 벌인 끝에 1949년 대만으로 건너가 정권을 세웠다. 전시는 장제스를 군벌로부터 광둥을 탈환하고 북벌을 이끈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IHT는 공산당에 맞섰던 장제스를 전시에서 비교적 우호적으로 조명한 것 역시 시진핑 시대와 부합한다고 전했다. 시진핑은 "대만을 포함해 모든 곳에 있는 중국인이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부흥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80대 관람객은 "전에는 장제스를 반역자라고 불렀다"며 "우리 스스로도 몰랐던 역사가 이제 서서히 복원되고 있다"고 IHT에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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