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개화동 A보육원 아이들에게 올해 연말은 유독 춥고 쓸쓸하다. 지난해에 비해 보육원을 찾는 귀한 손님들의 기부 발길이 뜸하기 때문이다. 예전 이맘때쯤 종종 받았던'아이들에게 뭐해주면 좋겠냐'는 문의 전화나 기부금, 기부 물품도 눈에 띄게 줄었다. 김모(33) 사회복지사는 "당장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이 받은 선물들이 5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며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40% 정도 후원이 줄어, 이제는 후원 받을 곳을 우리가 발굴해야 할 처지"라고 안타까워했다.
쪽방촌 상담센터인 서울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 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민수(45) 국장은 "확실히 경기 탓을 받는지 쪽방촌 지원이 지난해에 비해 60% 정도 줄었다"며 "지난해에는 내복이나 외투 같이 외부에서 들어온 후원 물품 배분을 1주일에 한 번씩 했는데 올해는 2주에 한 번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도 익명의 거액 기부자들 소식이 세밑을 훈훈하게 했지만 불황 탓인지 전체적인 연말 온정은 기록적인 한파만큼이나 얼어붙고 있다.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말에 추진한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캠페인'의 모금액은 27일까지 82억4,695만원.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39억618만원이 걷혔으니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서울 25개 자치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 캠페인의 기부금은 저소득층의 난방비와 의료비, 생계비를 지원하는데 쓰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모금을 담당한 주민센터나 구청 사회복지과 담당자들의 말을 들어 보면 개인 기부자나 중소기업 기부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며 아쉬워했다.
전국 16개 시·도 지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목표액 대비 현재 모금액 달성을 기준으로 온도를 나타내는 서울 광화문 광장의 사랑의 온도탑도 지난해보다 낮다.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인 2,670억원 가운데 1,888억원을 달성해 28일 70.7도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간 목표액 2,180억원 중 1,815억을 모금해 83.3도까지 올라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어려울 때일수록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솟아나는 게 우리 민족의 정서"라며 "아직 1월 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개인 단체 법인의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을 덮고 있는 불확실함이 투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황인데다 정권이 바뀌는 시기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여유로움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불황으로 후원금이 줄어들 때는 복지 단체가 후원자나 자원봉사자들에게 자신의 도움이 어떻게 쓰이는지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장재진기자 3j08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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