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꾼들은 교묘하게 (덫이나 올가미를) 설치하려고 하고, 수거반은 그걸 찾아내려고 애쓰니까 서로 숨바꼭질하는 셈이죠."
종 복원을 위해 지난 10월 소백산에 방사한 토종여우 수컷이 밀렵꾼이 쳐 놓은 불법 덫에 걸려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일이 발생하자 야생동물 서식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덫 올가미 그물 등 불법 엽구에 따른 야생동물 피해가 잦아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불법 엽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28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 12일 소백산국립공원, 영주시청, 한국조류보호협회 관계자 등 110명이 참여한 가운데 민관 합동으로 소백산 일대 불법 엽구 수거 행사를 가졌다. 수거된 200여개 엽구 가운데 90%는 올가미였고, 나머지는 덫, 그물 순이었다.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 오경석 팀장은 "와이어 줄 하나로 쉽게 만들 수 있는 올가미는 가격 부담이 없기 때문에 가장 많이 설치한다"며 "고라니가 주로 희생되는데 수거반도 작업 중에 올가미나 덫에 걸릴 우려 때문에 늘 긴장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내장산국립공원은 이번 달 중순 시작해 내년 2월까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내년 3월까지 불법 엽구 특별 단속을 하고 있다.
겨울철에 불법 엽구 단속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야생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산 아래로 내려오는 시기인 데다, 쌓인 눈에 동물 발자국이 남아 밀렵꾼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 겨울철은 농한기라 지역 거주민의 밀렵도 활발하다. 공단 관계자는 "동물들은 보통 한번 길을 만들면 안전하다고 생각해 그 길로만 다니는 습성이 있어 겨울철에 특히 쉽게 타깃이 된다"고 말했다.
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수거한 불법 엽구는 무려 9만8,999점이다. 2007년 1만1,353점, 2008년 9,843점, 2009년 2만6,982점, 2010년 2만3,321점, 2011년 2만7,500점 등으로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불법 엽구 사용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최근 2년간 적발된 인원도 1,537명이나 된다.
종 복원사업 1호인 반달가슴곰 네 마리가 과거 불법 덫이나 올가미에 걸려 폐사할 정도로 불법 엽구는 멸종위기종복원사업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종 복원대상인 반달가슴곰, 산양이 다치지 않도록 특히 겨울철에 주의를 기울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거반이 아무리 단속해도 밀렵꾼들이 더 교묘히 설치하는 숨바꼭질이 계속되는 한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7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멸종위기종이나 포획이 금지된 야생동물을 불법 포획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 징역(상습 밀렵시)'으로 처벌이 강화됐다"며 "밀렵 신고 포상금 지급기준도 해당 야생동물의 금전 환산가액으로 상향된 만큼 국민들의 적극적인 감시활동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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