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상처를 받아 '힐링'을 원하고 있는데 속도 모르고 돈다발을 들이 밀었다. 심사가 뒤틀리지 않을 수 없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ㆍ레알 마드리드)가 단단히 뿔이 났다. 스페인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명예와 존중을 원하는 호날두를 레알 마드리드는 금전으로 달래려고 했다. 번지 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호날두는 이르면 올 시즌 종료 후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 것으로 보인다. '친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호날두의 새로운 팀으로 가장 유력하다.
스페인의 유력 스포츠 전문지 아스는 28일(한국시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의 계약 연장을 거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1,500만유로(약 212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연봉에 2018년까지 연장 계약을 제안했지만 호날두가 거절했고 어떤 조건 아래서도 레알 마드리드와 연장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아스에 따르면 호날두가 팀에 원하는 것은 존중과 보호다. 스페인 언론의 가시 돋친 보도와 팬들의 성화, 동료들과의 거듭된 불화로 심리적으로 지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이 같은 호날두의 바람을 외면한 채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고 호날두는 이런 구단의 태도에 실망해 팀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2009년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호날두의 계약은 2015년 만료된다. 계약이 만료되면 레알 마드리드는 이적료 한푼 없이 호날두를 놔줘야 하는 처지에 몰리기 때문에 때 올 시즌 종료 후 이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력에서는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이 최고로 꼽히지만 호날두가 '힐링'을 바라고 있음을 고려할 때 '친정' 맨유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호날두는 2009년 6월 8,000만파운드(약 1,374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다. 팬과 구단의 기대는 엄청났다. 입단식이 열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는 8만명의 대관중이 운집했고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알프레도 데스테파뇨가 그에게 유니폼을 전달했다.
하지만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생활은 순탄치 못했다. 숙적 FC 바르셀로나의 벽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에 질 때마다 비난은 호날두에게 쏟아졌다. 상심한 호날두는 지난 1월 홈 경기에서 골을 넣고도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으며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호날두는 지난 9월 그라나다와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도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경기 후 "이유를 밝힐 수 없지만 슬프다"라고 말해 갖가지 억측을 불러왔다. 동료들에게 존중 받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설이 유력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의 터주대감인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31)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일부 스페인 언론은 호날두의 불만을 돈 문제로 몰고 갔다. 레알 마드리드도 호날두가 요구한 '심리적 보상'에는 관심 없이 연봉 인상으로 불만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만 하다.
공교롭게도 레알 마드리드는 2012~13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맨유와 맞붙는다. 호날두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