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세계문학'의 잣대가 된 유럽, 미국 소설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세계문학' 목록이 조선의 지식인사회에 퍼지고 이것이 해방 후 중역, 출판되면서 일반에 보급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책은 이렇게 서구 문학이 세계문학으로 '둔갑'하는 과정, 세계문학을 필독서로 읽었던 식민지 조선 지식인 사회를 흥미롭게 추적한다.
일제강점기 독서시장은 '세계문학전집시대'를 맞는다. 대량생산 구조가 정착됐고 문학도 자본주의 회로 안에 편입된다. 세계문학전집 한 질쯤 소장하는 것이 교양인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면서 세계문학전집은 식민지 조선 식자층의 서재를 장식했고 책 주인의 교양 정도를 보여주는 잣대가 된다. 책은 식민지 근대의 풍경 속에서 세계문학을 욕망하는 조선인들의 교양, 명작의 기준을 살펴보고 속물적 주체들이 양산해낸 '식민지성'을 고찰한다. 당시 신문, 잡지 등 자료들을 풍성하게 펼치며 그 시대를 생생하게 복원했다. 푸른역사ㆍ412쪽ㆍ2만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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