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70%가 외국인이나 귀화 한국인이다. 평일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 다른 은행보다 3시간 늦은 밤 7시 30분까지 영업을 한다. 은행과 공공기관이 모두 쉬는 토ㆍ일요일에도 꿋꿋이 고객을 맞는다. 이처럼 은행에 대한 상식을 파괴한 이색적인 은행이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의 '작은 지구촌' 다문화특구에 자리잡고 있다.
27일 오전 10시 다문화특구 내 다문화음식거리에 위치한 신한은행 원곡동외환센터 문이 열리자 외국인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고객들의 입에서 중국어와 러시아어가 쏟아져 나왔지만 직원들 역시 유창한 외국어로 안내했다. 창구 직원들도 외국어로 송금과 환전 등의 업무를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노기영(47) 원곡동외환센터장은 "평일보다 주말에 고객이 더 많고, 가장 많이 몰리는 날은 반월ㆍ시화산단 공장들이 대부분 쉬는 일요일"이라며 "은행 고객 중 외국인 비율이 95%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고객을 맞는 직원들 역시 외국인들이다. 청원경찰 2명을 포함 평일 직원 11명 중 외국인은 7명에 달한다. 중국인과 중국동포 출신 귀화인, 몽골인 등이고 신한은행 중국법인에서 파견 온 중국인도 한 명 있다. 주말에는 베트남ㆍ태국ㆍ필리핀ㆍ인도네시아ㆍ우즈베키스탄인까지 출근해 전체 근무자 16명 중 외국인이 무려 12명. 이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우수 인력들이다.
외국인 직원이 많다 보니 은행업무 외에도 모국어가 통하는 동포에게 각종 민원을 부탁하려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몽골 출신 톱신자르갈(30ㆍ여)씨는 "몽골ㆍ러시아어로 안내를 하는데 고객들이 고마워해 더 친절하게 응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계사년을 앞둔 이 은행 직원들의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중국동포 청원경찰 송호(30)씨는 "4개월 된 딸이 건강히 자랐으면 좋겠다" 고 했다. 중국에서 2010년 귀화한 창구직원 천칠복(26ㆍ여)씨는 "2년 계약직이 곧 끝나지만 내년에 꼭 재계약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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