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을 뒤흔든 이슈들 중에는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해를 넘기는 사안이 적지 않다. 어려운 여건이야 내년에도 여전하겠지만 새 정권의 달라진 인물들이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이 해를 넘기는 이슈들에 주목하는 이유다.
최대 난제는 가계부채, 하우스푸어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와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하우스푸어 문제는 내년에도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이 될 전망이다. 올해 내내 여론의 우려가 높자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다투어 자체적인 해법을 내놓았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우리은행의 '신탁 후 재임대'(트러스트 앤드 리스백)나 신한은행의 '주택 힐링 프로그램'은 여러 제약 탓에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
핵심은 '누구를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 하는 대상 선별이다. 섣부른 지원책은 자칫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까지 구제하거나, 그간 힘들게 빚을 갚아오던 대출자를 허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은행들이 지원대상의 범위를 잔뜩 좁힌 것도, 금융당국이 "아직은 때가 아니다"고 버틴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 건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가계부채 해결 방안 등도 이런 딜레마에서 예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원의 기준을 세우고 ▦대상을 면밀히 분석해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해 왔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현황 분석과 구제안 시나리오를 보고할 예정이지만 형평성 논란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CD담합 조사 결론 날까
올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격 조사에 나선 은행과 증권사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담합 의혹도 내년으로 결론이 미뤄진 상태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융거래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릴 엄청난 사안이지만, 금융권의 오랜 관행과 준법 사이 딜레마에 갇혀 있어 명쾌한 결론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대표적 규제산업인 금융은 당국의 정책이나 지도에 따라 시장의 수요ㆍ공급 환경이 바뀌거나 특정 가격이 정해진 범위 안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잦다. CD금리 역시 "정부의 예대율 규제로 CD 발행 유인이 사라지면서 거래가 끊긴 탓에 변동이 없었던 것인데, 이를 담합으로 몰아가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게 금융사들의 항변이다.
실제 금융당국 내부에서조차 "공정위가 금융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며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공정위는 "자료의 양이 방대해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저축은행 잔혹사 멈출까
지난해부터 금융권을 뒤흔든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작년 16개, 올해 6개가 영업정지 됐지만 업계는 여전히 불황의 한 가운데 있다. 올해 3분기 실적을 공시한 19개 저축은행 중 15개가 적자를 냈고 16개는 전 분기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뒷걸음쳤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비교적 경쟁력이 있는 소규모 지역밀착형이나 금융지주ㆍ예금보험공사가 인수한 저축은행은 문제 될 게 없다"며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중견 저축은행은 추가로 구조조정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은 금융권 내 저축은행 비중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위안 삼았지만 부실화 우려가 자산 450조원 규모의 상호금융권에도 높아지고 있어 공포는 계속 진행형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