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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28일] 대동강맥주 논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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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2월 28일] 대동강맥주 논란 유감

입력
2012.12.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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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신기자의 우리 맥주 맛에 대한 일방적 의견이 국내 일간지에 여과없이 보도됨으로써 때 아닌 맥주 맛 논쟁이 뜨겁다. 우리 맥주가 북한산 대동강맥주보다 못하다는 결정적인 비하가 핵심이다.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왔던 우리 맥주업체들은 지금까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에 잠 못 이루고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도 행여 지금까지 우리 맥주를 제대로 모르고 속고 마셨나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게 되었다.

결론을 미리 언급하자면, 이는 한국의 맥주시장을 잘 모르는 외국인 기자의 지극히 단편적인 의견이다. 부디 관련 맥주업체나 소비자들 모두 이러한 주관적 평가에 마음이 휘둘리지 말고 자중자애 해주기를 당부한다.

과연 대동강 맥주는 우리 맥주보다 맛이나 다른 점에서 우수할까. 술이 만들어 지는 물리적 환경과 기술적 상황을 감안해 볼 때 현실적 여건상 그럴 수 없다고 판단된다. 우리 맥주 산업은 북한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맥주 제조기술과 시설, 원료처리, 그리고 제품의 다양성 등 측면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맥주제조업체들은 제조기술과 설비뿐만 아니라 관리수준 역시 세계적 수준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왔다. 1990년대 초 이미 캐나다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아이스맥주를 개발한 바 있으며 세계적인 맥주 품평회에서도 꾸준히 품질 우수상을 획득하고 있다. 국제품질기준인 ISO9000시리즈를 획득한지도 벌써 10년여 되었고 환경경영 및 윤리경영 규준도 이미 정착화 되어있는 실정이다. 제품의 안정성이나 품격 측면에서 전혀 문제 삼을 게 없다.

반면 대동강맥주의 경우 ISO9001외에는 제조기술, 설비, 관리수준 어느 하나 검증된바가 없다. 물론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더라도 좋은 맥주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알려진 식량부족국인 북한에서 쌀을 제대로 사용하여 맥주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사실자체도 믿기 어렵다. 맥주병을 막고 있는 병뚜껑(왕관)처리 수준도 조악하기 그지없어 유통소비상의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에게 술은 음식이다. 그래서 술자리에는 안주가 있다. 우리나라 맥주시장도 이러한 식사에 동반하는 반주 또는 맥주에 동반하는 안주를 세트화하는 음식주도형 음주문화 속에서 성장해왔다. 결국 우리의 맥주 역시 이러한 문화에 적응하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 맛이 강한 영국의 에일식 맥주보다 향이 부드러운 라거식 맥주가 우리 시장에 확산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반면 외국인에게 술은 음료이다. 그래서 맥주의 종주국이라 일컬어지는 독일을 비롯하여 영국, 미국 등의 맥주는 유사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맛과 향 그리고 색상 면에서 차별화 되고 있다.

2000년대에 들면서 우리나라 소비자의 음주행태도 서구식 성향을 띄기 시작했다. 고알콜보다 저알콜을 선호하고 같은 술을 반복적으로 마시기보다 내가 원하는 맛을 찾아 마시겠다는 차별화, 개성화된 소비행태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아직은 제한적 수요에 머물러 있는 다양한 시장 요구를 국내 맥주제조사 2개 업체가 충족해 주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맥주 수입을 통한 맥주 시장 다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시대적 추세이다.

우리 맥주산업의 기술력은 세계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술 맛'도 자동적으로 세계적이 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맛의 기준은 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술 맛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값비싼 술이 무조건 좋은 술이 아니 듯 맛이 강하거나 거품이 많이 나는 맥주가 무조건 좋은 맥주라는 논리도 성립하지 않는다. 술 맛은 어차피 각각의 취향과 기호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좋은 술의 기본요건으로 좋은 원료를 사용하여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빚은 객관적 필요조건을 잣대로 하게 되는 것이지 개개인의 다양한 기호에 부합하는 '주관적 충분조건'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 맥주시장도, 우리 맥주의 맛도 분명 약점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동강맥주와 직접 비교될 정도로 엉터리 수준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재삼 강조한다.

정헌배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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