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드래곤즈와 포항 스틸러스는 '제철가 형제'다. 포스코를 모기업으로 하는 두 구단은 사이 좋게 운영 자금도 나눠 갖는다. 이로 인해 두 팀의 맞대결은 '용광로 더비'로 불린다. 진짜 '제철가 형제'가 탄생하면서 '용광로 더비'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형 박선용(23)이 전남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동생 박선주(20)가 포항에 입단하면서 흥미로운 대결이 벌어지게 됐다. 얄궂은 운명에 놓인 형제의 각오를 들어봤다.
신인왕 인연 기대
동생 선주는 형 때문에 전남 입단을 꺼렸다. 그는 "형하고 같이 한 팀에서 뛰는 거 생각해봤는데 아직 때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 경쟁력을 키운 뒤 함께 뛰면 좋을 것이다. 지금은 실력 향상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둘은 대학 시절인 2011년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1무1패로 형의 패배였다. 선용은 "호남대에 다닐 때 연세대의 동생과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추계 대회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아쉽게 졌다"며 "제가 오른쪽 수비수고 동생이 왼쪽 수비수라 오버래핑할 때마다 충돌했다"고 설명했다.
선용은 올해 오른쪽 수비수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이 바뀌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라 프로무대에서도 동생의 공격을 막아서는 장면이 자주 포착될 전망이다. 선용은 "동생에게 프로의 매서운 맛을 보여주겠다. 포항이 좋은 팀이긴 하지만 지난해 2패를 당했으니 이번에는 꼭 이기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자 선주는 "내년에도 질 수 없다"고 받아 쳤다.
선용은 올해 신인왕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다. 36경기에서 2골을 넣었던 선용은 "큰 기대는 안 했지만 하필이면 신인상이 포항(이명주)에 돌아갔다"며 입맛을 다셨다. 동생 선주는 형이 놓친 신인왕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형이 못 받았으니 동생이라도 꼭 받겠다. 치열한 주전경쟁에서 살아남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남 포항 대전 어느 팀 응원?
선용과 선주는 '박씨표 승부근성'으로 프로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서로의 장점을 꼽아 달라고 하니 "승부 근성이 강한 건 집안 내력이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선용은 "선주는 스피드도 좋으니 열심히 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주는 "포지션을 바꿔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기술이 좋고 예측력도 뛰어나니까 앞으로 잘 해낼 것"이라고 형을 응원했다.
동생이 프로팀에 입단하자 박씨 가족은 고민거리가 생겼다.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지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 선주는 "형제가 모두 프로팀에 들어가 기뻐했지만 부모님에게 곤란한 일도 생겼다. 친척들도 만약 둘이서 대결하면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지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하더라"며 "결국 '이기는 팀이 내 팀'이라는 중립의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사촌 형인 김진현도 내셔널리그에서 뛰다가 대전으로 옮겼기 때문에 형제 대결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휴가 기간에도 함께 훈련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어 좋다는 둘은 "부상 당하지 않고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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