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는 계승하고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에는 유보적 자세를 취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7일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 "2006년 제1차 아베 내각 당시 기존 입장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을 표명했었다"면서 "역대 내각의 생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최근 선거 유세와 강연에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가 잘못된 역사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며 수정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경제에 올인하기 위해 주변 국가와의 마찰을 자제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1995년 종전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전쟁으로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몰아넣었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여러 국가와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줬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계승돼왔다.
일본 언론은 이날 오전 스가 장관이 고노 담화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으나 스가 장관이 이를 부인해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스가 장관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수정 여부는 민간 연구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당분간 구체적 움직임을 취하지 않겠지만 전개 과정에 따라 한국 등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해 "1차 내각 당시 설치했던 전문가 간담회가 제시한 유형이 바람직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집단적 자위권의 헌법 해석 변경에 여지를 남겼다. 아베 총리는 최근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과 동맹관계에 있는 괌을 향하는데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본이 무력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동맹관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미일 동맹 강화 등을 위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또 과거 재임 시절 추진했던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를 검토하고 중장기 국방 전략을 담은 방위대강과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을 수정하는 한편 자위대의 인원, 장비를 확충하는 등 군비 증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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