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모비스가 삐걱거리고 있다. 2라운드까지 SK와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다 3라운드 후반 어느덧 3위까지 내려 앉았다. 26일엔 전자랜드에 완패하며 시즌 첫 3연패를 당했다. '판타스틱 4'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약점이 노출돼 경기력이 뚝 떨어진 게 주된 원인이다.
시즌 전부터 모비스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이유는 국가대표 가드 양동근과 함지훈에다 검증된 슈터 문태영, 신인 김시래가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즌 초반 손발이 안 맞는 모습도 보였지만 곧바로 팀을 선두로 끌어올리는 데 앞장 섰다. 특히 비시즌 동안 미들슛까지 장착한 함지훈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을 쌓았다. 여기에 어시스트에도 눈을 떠 엄청난 파괴력을 보였다.
하지만 모비스는 최근 SK-KT-전자랜드에 내리 3연패를 당했다. 2라운드까지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던 최강 전력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프로ㆍ아마 농구 최강전 이후 리듬이 끊겼다"면서도 "그렇다고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아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약점은 다름 아닌 제1공격 옵션인 함지훈이다. 부드러운 스텝과 주무기인 훅슛으로 득점을 쌓아주던 루트가 막히자 전체적인 공격이 무뎌졌다. 함지훈은 3연패를 당하는 동안 평균 12.7점 6리바운드 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치 상으로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경기 내용이 그리 위력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핵심은 함지훈의 매치업이다. SK-KT-전자랜드는 모두 외국인 선수에게 함지훈을 막도록 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득점을 허용한다 해도 함지훈 만은 꼭 막겠다는 전술이다. 그리고 이 같은 작전은 모두 맞아 떨어졌다. 국내 선수들과의 매치업에서 가공할 만한 존재감을 발휘했던 함지훈이 고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전자랜드는 26일 외국인 선수 포웰이 함지훈을 막고 주태수와 이현민이 끈질기게 협력 수비를 들어가며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관심은 '만수' 유재학 감독의 머리에 쏠린다. 시즌 끝까지 SK와 전자랜드, 모비스의 3강 체제가 이어질 공산이 큰 가운데 지금의 위기를 돌파해야 다시 선두 자리를 노릴 수 있다.
일단 유 감독은 두 가지를 주문했다. 먼저 "함지훈이 득점 여부를 떠나 적극적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감독은 거친 몸싸움으로 함지훈이 골 밑까지 파고 들길 바라고 있다. 수비가 떨어질 경우엔 하이 포스트에서의 과감한 미들슛이 필요하다. 현재 유 감독은 함지훈이 적극성과 자신감을 모두 잃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음은 토종 선수들의 외곽슛이다. 용병이 함지훈을 1대1로 막는다 해도 상대의 협력 수비가 반드시 들어오는 상황이다. 유 감독은 "슈터들이 자신 있게 외곽 슛을 터뜨려 줘야 한다. 지훈이가 고전하는 이유도 찬스에서 외곽으로 빼준 공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며 다른 선수들의 분전을 촉구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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