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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말말말] "건너온 다리 불살랐다" "투표율 70% 넘기면…" 선거의 해 말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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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말말말] "건너온 다리 불살랐다" "투표율 70% 넘기면…" 선거의 해 말잔치

입력
2012.12.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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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세 치 혀는 무수한 사건과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19대 총선과 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 '선거의 해'답게 올해에는 정치인들의 말 잔치가 도드라졌다. 연말 대선전에는 후보들 간 날선 언전이 이어져 유권자들의 격려와 비판이 교차했다. 흉악한 범죄자에 끌려간 가녀린 여성의 구조요청 전화 내용이 공개됐을 때, 국민들은 진저리를 치며 분노했다. 임진년(壬辰年) 한해 인구에 회자된 말들을 분야별로 추려봤다.

●정치이정희"박근혜떨어뜨리기위해나왔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치러진 2012년 정치권에선 수많은 말들이 쏟아져 시중에 회자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33기 추도식에서 "이젠 아버지를 놓아 드렸으면 한다"고 유족 인사를 했다. 과거사 논란에 따른 심경 고백인 셈이었다. 그 직전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후보는 박 당선인을 겨냥해 "정수장학회는 장물"이라고 공격했다. 문재인 후보는 6월 당내 경선 출마 선언 때 "암울한 시대가 나를 정치로 불러냈다"고 했다.

안철수 전 후보는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말하며 대선 완주 의지를 표현했다. 단일화 논의에 휘말리지 않는 초반 전략이었지만 그는 결국 11월23일 자진 사퇴했다. 그러면서 참모들에게 "난 영혼을 팔지 않았다"고도 했다.

문 전 후보는 12월1일 투표 참여 독려 행사에서 "투표율이 77%를 넘기면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말춤을 추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 1차 TV 토론에서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말해 보수층의 결집을 불렀다.

박 당선인은 문 전 후보가 2007년의 공약을 왜 안 지켰는가 라고 물고늘어지자 "그러니까 대통령이 되려는 것"이라고 말 한 것도 한동안 화제가 됐다.

앞서 4월 총선 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공천 경선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에 여러장씩 붙은 뭉텅이 투표지가 발견되자 김선동 의원은 "풀이 살아나서 붙었다"고 말했다. 이석기 의원은 5월 TV에 출연해 "종북(從北)보다 종미(從美)가 문제"라고 했고, 6월 기자간담회에서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통합진보당 비례경선에 출마했던 김지윤씨는 제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했다.

여당의 총선 참패 전망이 나오던 지난 1월 비대위원장이던 박 당선인은 의원총회에서 "갈 길은 먼데 해는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 지지층의 인기를 모았던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꼼수다' 진행자 출신 김용민씨가 민주당 공천으로 총선에 출마하자 그의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됐다. 그는 그러나 "하나님이 할 욕은 하라신다"고 했다.

민주당 손학규 고문은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 '저녁이 있는 삶'을 들고 나와 피곤한 대한민국 직장인의 마음을 압축한 구호란 평가를 받았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시달리자 "돈을 받았으면 목포역에서 할복하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회한상대 "퇴진 얘기할 거면 니들도 사퇴해"

범죄의 희생자가 된 여성과 희망을 잃은 노동자가 남긴 마지막 말은 2012년 우리 사회를 울렸다. 반면 부정부패와 특권의식 속에 괴물처럼 변한 검찰은 막장드라마의 대사 같은 발언들로 외면 받았다.

4월 1일 밤 10시50분에 걸려온 112신고전화 녹취록이 공개돼 온 국민이 치를 떨었다. 경기 수원시에서 퇴근길에 납치 당한 28세 여성이 "저 지금 성폭행당하고 있거든요…예 지동초등학교 좀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으로요…빨리요 빨리…"라고 애타게 구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그러나 7분36초나 지속된 이 통화에서 불필요한 질문을 반복하며 시간을 낭비했고, 이 여성은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12월 21일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 최강서(35)씨가 남긴 유서에는 절망에 빠진 노동 현실이 담겨 있다. 그는"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원.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못하겠다"고 썼다.

11월 29일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은 용퇴를 건의하는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퇴진) 얘기 할 거면 니들도 사퇴해. 아니면 관여하지마"라고 검찰발 막장드라마의 정점을 찍었다. 김수창 특임검사는 11월 11일 "의학적 지식은 의사가 간호사보다 낫지 않느냐"며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 독직사건 가로채기를 강변하다 빈축을 샀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10월 8일 기자단 오찬에서 "대통령 일가가 부담돼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배임죄 적용 안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권력에 약한 검찰의 모습을 다시 확인시켰다.

반면 검찰 내부의 자성도 있었다. 10월 22일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임은정 검사는 9월 민청학련 박형규 목사에 대한 재심 결심 공퓻【?"그 시절 법의 이름으로 그 분들의 가슴에 날인하였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민간인 사찰 핵심인물인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3월 2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내가 몸통이다"고 발언, '몸통을 자처하는 깃털'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장기간 학대에 시달리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8개월간 방치한 지모(19)군의 공판에서 지군의 아버지는 지난 3월 "아들이 8개월 동안 자살하지 않고 살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전수안 대법관은 7월 10일 퇴임식에서 여성법관들에게 "남성법관이 소수가 되더라도 여성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남성 일색인 대법관 구성을 꼬집었다.

●국제의족 스프린터 "남들과 다른 신발일 뿐"

"팔레스타인에 (국가) 출생증명서를 발급해달라"는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의 호소가 실현됐다. 지난달 29일 유엔총회는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옵서버 국가로 격상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켜 사실상의 독립국 지위를 부여했다.

미국 공화당은 11월 선거를 앞두고 잇단 실언으로 대통령 및 상원선거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밋 롬니 대선 후보는 "47%의 미국인이 세금도 안 내고 정부에 의존하면서도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판세를 망쳤다. 미주리주 상원의원 후보로 나선 토드 아킨은 "진짜 성폭행을 당했다면 여자 몸은 (임신하지 않도록) 알아서 작동하게 돼 있다"는 괴담같은 발언을 남기고 낙선했다.

극우정당 일본유신회를 창당해 총선에 나선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東京)도지사는 "가난한 시대에 매춘은 이익나는 장사였고 위안부는 장사를 선택한 것"이라며 '망언 제조기'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5월 외신기자들 앞에서는 "일본이 센카쿠(尖閣) 문제로 중국을 무서워하면 히노마루(日丸·일장기)는 오성홍기(중국 국기)의 6번째 별이 될 지도 모른다"고 강변했다. 우경화에 힘입어 3년 만에 자민당 정권을 되찾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며 강력한 엔저 정책을 공언, '윤전기 아베'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감동을 선사한 초인적인 스토리도 많았다. 영국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는 "나는 남들과 다른 신발을 신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고, 지상 39㎞ 성층권에서 초음속 낙하에 최초로 성공한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오스트리아)는 "세상의 꼭대기에 서면 겸손해진다. 그저 살아서 돌아가기만을 바라게 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제공정위원장 "대기업-중기계약은 乙死條約"

1년 내내 활기를 찾지 못한 경제상황과 총선 대선을 치르면서 경제계에는 경고와 우려의 말들이 쏟아졌다.

정부는 물론 공공·민간 연구기관들까지 한 목소리로 "올 경기 흐름은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후 하반기 회복)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끝내 '상저하추'(상반기 저조, 하반기 추락)로 마감됐다. 이 와중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유럽발 재정위기는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6월 간부회의), "지금 보험업은 절벽을 향해 달리는 기차 같다"(12월 강연)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올해 최대 화두였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경제수장과 경제검찰수장의 말이 엇갈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데 경제민주화가 우리 기업을 옥죄어 시장 활력을 저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3일 강연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약은 을(乙)이 죽을 수밖에 없는 을사조약(乙死條約)"이라며 대기업의 탐욕을 맹폭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9월 "야근은 축복이다"라는 말로 빈축을 샀다. '일 잘하는 직원이 업무도 많다'는 취지였으나 세계 최장 노동시간에 찌든 직장인들에게는 쓴웃음의 대상이 됐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12월 카페처럼 여성 고객이 많은 가맹점에서도 남성의 결제액이 더 많은 현실을 거론하며 "불쌍한 남자들, 언제까지 이러고 사실건가"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성차별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문화·스포츠신아람 "1초가… 그렇게 안 갈지 몰랐어요"

"한국에서 누군가 해낼 줄 알았지만 그게 나일 줄은 몰랐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인기는 가수 싸이 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장을 받은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가 국내에서 상영관을 잡지 못하자 1,000만 흥행을 기록한 '도둑들'을 겨냥해 "다른 영화는 1,000만 관객 기록을 세우기 위해 극장에서 나가지를 않는다. 난 그게 진짜 도둑들 아닌가 싶다"고 날을 세웠다. 교회 세습이 사회문제화 하자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신문광고를 내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후임자가 되면 서로 시기하기 때문에 교회가 편할 수 없다. 사위나 아들이 교회를 이어받아 목회를 잘하면 흐뭇하고, 교회도 안정적이다"고 주장했다. 신아람은 런던올림픽 여자 펜싱 에페 준결승에서 '1초 오심'논란 끝에 억울한 패배를 당한 뒤 "시간이 그렇게 안 갈지 몰랐어요"라며 울먹였다. 일본과의 축구 3,4위전서 후반 44분 교체 출전해 극적으로 병역특례를 받은 김기희는 "내 인생에 평생 잊을 수 없는 4분이었다"고 감격해 했고, 기계체조 도마에서 고난도 기술을 선보인 양학선은 "내 몸이 깃털처럼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며 사상 첫 올림픽 체조 금메달을 딴 소감을 밝혔다.

메이저리그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달성한 박찬호는 고향팀 한화에서 올해 1년 동안 선수로 뛴 뒤 "나는 한국야구 최고의 행운아였다"며 정든 야구 유니폼을 벗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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