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불확실성 등 영향 내년 성장률 전망치 3%로 3개월만에 1%p나 하향
한국은행 3.2%보다 낮아 "지나치게 보수적" 지적
부동산 경기 부양 고용 확대 등 경제 활성화
박근혜, 이미 여러 공약 내놓아 차기 정부 출범하면 "전망치 낙관적 수정" 분석
이명박 정부가 27일 내놓은 '2013년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정권 이양기를 맞아 위기 대응에 주력하되, 새로운 경제정책은 차기 정부에 넘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불과 석 달 새 1%포인트나 낮추고 하방 위험까지 강조하면서도 보수적인 대응에 머문 것은 기존 정책을 마무리하는 데 치중할 테니 적극적인 재정 투입 등 경기진작은 차기 정부에서 알아서 펼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현 정부가 내년 주요 과제로 설정한 경제정책은 대부분 이미 발표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들이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지만 위기 대응 수준의 정책 집행에 머물겠다는 것인데, 그 이면에는 박근혜 정부의 새 경제팀이 경기진작을 시도할 경우 성장률 전망치가 낙관적으로 수정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의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각각 2.1%, 3.0%에 그칠 전망이다. 3개월 전(9월) 2013년 예산안 발표 때 제시했던 올해 3.3%, 내년 4.0% 전망에서 각각 1.2%포인트, 1.0%포인트나 낮춰 잡은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3.2%)보다 낮은 것이어서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특히 미국의 재정절벽,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내년 1분기에 하방 위험이 집중될 것으로 봤다. 다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통합에 진전이 있고, 미국 재정절벽 해법이 조기에 합의되면 성장세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재정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내년 성장세가 올해보다는 개선되겠지만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부적으로 민간소비는 고용 개선, 임금 상승에 따른 실질구매력 증대 등으로 증가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주택시장 부진, 가계부채 부담 등의 제약요인 탓에 연간 2.7%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상품 수출과 내수 여건이 점차 개선된다는 전망 속에 설비투자는 3.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공공기관 이전 본격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 등으로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취업자 증가 규모는 32만명으로 올해(44만명)보다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상승세 등 공급 측면의 불안요인을 고려해 올해보다 높은 2.7%로 제시했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올해(108.7달러)보다 소폭 하락한 배럴당 연평균 107달러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 세계교역이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수출ㆍ입이 각각 4.3%, 4.6% 증가할 것으로 봤으나 성장 모멘텀이 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서비스수지 악화 탓에 올해(420억달러)보다 100억달러 이상 줄어든 30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이런 전망을 토대로 내년 경제정책 목표를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 등 거시경제의 안정과 경제활력 제고, 공생발전 기조 가속화 등으로 정했다. 그러나 최상목 국장이 "기존에 발표된 과제들이 중심이며 새로운 내용을 넣지 않았다"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 현상 유지에 치중한 '2개월 한시 정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새 정부 출범 전후로 큰 위기가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내년 2월 출범하면 재정건전성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던 MB정부에서 만든 수치들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권 이양기에 재정 조기집행으로 위기를 관리한 뒤 새 정부 경제팀이 경제 드라이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성장률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박 당선인은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 취득세 감면 조치를 연장하고 고용률 70%를 달성하는 등 각종 경제활성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보고서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노력이 없으면 내년 성장률이 3.0%에 머물 것"이라며 "적극적 재정정책 기조로 전환해 경기 둔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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