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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색변주 레미제라블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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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색변주 레미제라블 돌풍

입력
2012.12.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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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이 동장군을 녹이고 있다.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접했을 손때 묻은 고전이 새로운 세계문학전집으로, 뮤지컬로, 영화로 선보이면서 독자와 관객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빅토르 위고(1802~1885)가 35년간 구상하여 썼다는 . 소설뿐 아니라 1985년 런던에서 초연된 후 최장기 공연중인 뮤지컬의 한국 라이선스 버전에 이어 뮤지컬계의 미다스 손인 카메론 매킨토시가 새롭게 변주한 뮤지컬 영화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레미제라블’3색 변주의 모습과 인기의 비결을 짚어봤다.

소설

1862년 첫 출간돼 20년간 500만부가 팔려 프랑스에서는 성경보다 더 많이 읽힌 작품이다.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의 이 소설은 1789년 프랑스대혁명부터 1830년대까지 공화정, 제정, 왕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민중들의 비참한 삶과 이들의 투쟁을 배경으로 한다. 장발장이라는 인물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통해서 선과 악, 용서와 신뢰, 사랑과 휴머니즘을 대서사시로 그렸다. 위고는 이 작품을 “단테가 시로 지옥을 그려냈다면 나는 현실로 지옥을 만들어내려 했다”고 표현했다.

지난달 민음사가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내놓은 (5권)은 6만3,000부가 팔렸다. 두툼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2008년 펭귄클래식코리아의 완역판과 인터넷서점을 통해 반값 할인 중인 더클래식, 동서문화사, 범우사의 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12월 마지막 주 인터파크가 집계한 전자책 시장에서도 은 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주에 비해 15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굉장히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오늘만 1만부의 주문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신자유주의가 계속되면서 실질적으로 사회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 장치가 거두어진 사회라 문화ㆍ예술계에서 그에 대한 반성적 성찰이 주제가 되는 것 같다”며 “한번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나면 올라올 수 없구나’하는 사회적인 패배감과 ‘언제든 나도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심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뮤지컬

경기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지난 11월 9일~25일 모두 21차례 펼쳐졌던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2만1,000여 관객을 동원, 객석 점유율 93.7%를 기록했다. 지난 1985년 런던 초연 이후 27년 동안 43개국 300여 도시에서 21개 언어로 재탄생해 동원한 관객수 6,000만여명에 추가될 기록이다.

무대는 국내 뮤지컬 역량의 시험대이기도 했다. 제작비만 200억원, 7개월간의 오디션이 필요했다. 여기에 런던 오리지널팀이 내한하여 연출을 꼼꼼히 챙겼다. 주역 정성화를 비롯해 혁명군 대장 앙졸라로 분한 김우영 등이 매 공연마다 펼치는 열연, 거대한 대포와 바리케이트 장면 등 웅장한 세트를 동원한 사실적 무대는 대하드라마처럼 다가온다. 특히 바리케이트에서 펼쳐지는 혁명군과 정부군의 전투와 군인들의 장렬한 죽음을 그려낸 장면은 압권이다. 바리케이드 싸움은 1832년 6월 일어난 공화파의 무장봉기였다. 왕정 복귀에 반발해 일어난 1830년 7월 혁명때 옹립된 루이 필립은 ‘시민왕’ ‘바리케이드왕’으로 불린 마지막 왕이다.

지금까지 흥행을 이루게 한 최대의 공신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주역 정성화를 비롯해 혁명군 대장 앙졸라로 분한 김우형 등의 열연, 거대한 유곽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장면 등은 객석에 즐거움을 선사한다. 국내에서 공연장을 바꿀 때마다 영국의 원제작사 CML측의 제작진 20여명이 내한해 협의했다.

현재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연의 객석 점유율 7할 대이다. 내년 1월 20일까지 공연한 후 2월 1일~3월 3일 부산센텀시티 소향아트센터로 옮긴다. 서울에서는 4월 9일~5월9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린다.

영화

영화 ‘레미제라블’이 26일 개봉 8일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제껏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영화인 ‘맘마미아’(2008년) 보다 6일이나 빨리 넘어선 기록이다. ‘레미제라블’은 개봉과 동시에 ‘호빗: 뜻밖의 여정’을 제쳤고, 25일 단 하루만 ‘타워’에 자리를 내줬을 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20, 30대 젊은층들에게 ‘레미제라블’이 연말 최고의 힐링무비로 꼽히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25일 미국에서의 개봉 첫날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21일 개봉한 일본에서도 박스오피스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홍보를 맡은 레몬트리 박주석 실장은 “영화의 끝이 마치 공연이 끝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가 던지는 감동적 희망적 메시지에 관객들이 깊게 감흥한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휴 잭맨, 앤 해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유명 배우들이 전문 뮤지컬 배?못지않은 가창력을 뽐내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장발장 역의 휴 잭맨은 토니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뮤지컬 배우였다. 앤 해서웨이는 어머니가 뮤지컬 배우에다 다양한 무대 경험을 했고,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서 실력을 뽐냈다.

영화 속 노래는 휴 잭맨이 부르는 솔로곡 ‘Suddenly’가 추가된 것 빼고는 모두 실제 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들이다. 카메론 매킨토시는 좀 더 극적인 드라마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노래의 순서를 바꾸었다. 앤 해서웨이의 애절한 ‘I Dreamed A Dream’은 원래 판틴이 공장에서 해고된 직후 부른 노래인데 영화에선 몸을 팔게 된 판틴이 절망 속에서 완창한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저변이 확대된 것도 영화의 흥행에 일조했다. 박 실장은 “직배사인 UPI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먼저 이 영화를 개봉한 것도 우리 뮤지컬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11월부터 국내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본 관객 상당수가 영화를 보러 왔고, 또 영화를 본 관객 중 일부는 뮤지컬도 보러 가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흥행은 음반시장으로도 확대됐다. 영화의 OST는 25일 발매되자 마자 예스24, 교보문고 등에서 전체 장르 종합차트 1위를 기록했다. 소녀시대의 정규4집 ‘ I Got A Boy’을 물리친 인기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영화, 문학평론가들이 본 레미제라블

전문가들은 대체로 영화 ‘레미제라블’ 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문학, 대중문화비평을 함께 쓰는 평론가 정여울 씨는 “영화는 소설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만들고, 다시 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원작이 2개인 작품이다. 관점에 따라 호오가 나뉠 수 있지만, 최근의 관객 정서와 1830년대 현장성을 잘 담았다”고 호평했다. 다만 원작에서 장발장이 버림받은 개인에서 혁명의 주체로 거듭나며 당시 사회적 모순과 혁명정신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영화에서는 방대한 서사가 축약하며 이 부분이 퇴색된 것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뮤지컬 ‘레미제라블’도 관람했다는 정씨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유럽의 문화유산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다. 원작의 주제의식도 잘 드러내고 있다”며 “음악과 전체적인 완성도는 뮤지컬이, 스케일과 대중성에서는 영화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정씨가 매긴 점수는 영화 ★★★★ 뮤지컬 ★★★★☆

반면 영화, 문학 두 분야에서 활동하는 평론가 강유정씨는“소설 ‘레미제라블’과 사건, 인물, 서사를 공유하고 있지만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며 “영화는 원작 소설에 비해 굉장히 감정적이고 정서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클로즈업 장면이 많아 관객의 감정 몰입을 더 독려한다. 하지만 강씨는 “영화적으로 빼어나다고 보지는 않는다. 단조로운 촬영 각도와 인물 동선, 노래를 통한 대사전달 등은 (영화, 뮤지컬, 콘서트, 무용이 합쳐져 나타나는)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를 연상케 한다”며 “초보적인 방식의 촬영만 강조하기 때문에 영화적으로 새롭다기보다는 뮤지컬의 힘을 영화로 잘 옮겼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감독의 역량은 연출보다 캐스팅에서 발휘됐다며 러셀 크로우의 연기, 앤 해서웨이의 노래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했다. 강씨가 매긴 점수는 영화 ★★★☆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채지은기자 cje@hk.co.kr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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