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악단배치부터가 달랐다. 보통 오페라나 뮤지컬에서 악단이 피트에 자리잡지만 여기에서는 달랐다. 악단이 무대 위로 올라와 뒤에 포진해 있고 배우들이 그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20주년 기념 무대 같은 특별한 때에만 보이는 배치이다.
고수는 아예 앞으로 나와 소리꾼과 나란히 재담을 늘어놓는다. 뮤지컬 '인당수사랑가'에서도 본 모습이다. 260여 석을 빽빽이 채운 관객들의 거동이 심상찮다. 젊은 관객에서 50~60대까지, 세 젊은 소리꾼들의 거수거동에 그야말로 뒤집어진다. 한참을 놀던 소리꾼 김봉영 황애리 이상화가 관객 앞으로 나와 서자, 환호와 추임새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악단의 움직임도 색다르다. 중앙에 자리잡은 서양 드럼 세트 좌우로 아쟁, 거문고, 아코디언, 소리북, 기타 등이 펼쳐져 있다. 고수가 소리꾼과 재담을 주고 받듯 이들은 때로 한마디씩 거들기도 한다. 관객들과 대놓고 농도 주고 받는다. 기타의 속주는 때로 플라멩코 기타의 현란함마저 넘본다.
창작 소리극 집단 판+희가 펼치는 무대는 스스로 내걸었듯 "유쾌한 판소리 콘서트"다. 재담꾼 둘이 마이크까지 부착하고 나와 펼치는, 다분히 한국적인 뮤지컬이다. '무기 사냥을 나간다' 등 정규 판소리 대목을 변용할 때 객석에서는 추임새가 끊이지 않는다.
무대는 진화했다. 이번 무대는 2006년 초연 이래 2007년과 2008년 상연, 거듭 발전한 이후를 잇는다. 우리 고유 놀음판 특유의 '열림'이 현대적 메커니즘 속에서 장차 어떻게 변해나갈지 적어도 그날 객석을 채운 이들은 주시할 것이다. 객석과 소통하는 전술은 매우 직접적이다. 극장 입구에 메모지를 비치, "생활 속의 거짓말을 써 달라"고 주문해 놓고는 무대 진행 도중 내용이 잠시 끊기는 대목에서 몇 개 골라 읽어준다.
마치 판소리꾼이 일체의 가식을 벗은 사설로 각양각색의 관객들을 잡죄듯 이들은 객석과의 직접적 교감도 마다 않는다. 때로는 개그 프로의 유행어까지 적재적소에 짬짬이 끌어들여 폭소를 정확히 유도해 내는 판+희의 전략은 판소리의 생명력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 때로는 추임새로, 때로는 박수로,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일사불란하게 대응해 가는 객석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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