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창업이 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청년 실업의 장기화 등이 원인이다. 하지만 창업에서 성공에 이르는 길은 험난하다. 녹록치 않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연구자료가 증명한다. 창업자의 40% 이상이 3년내 실패한다. 5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경우는 50%가 채 안된다. 심지어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을 지원한 창업기업들도 예외 아니다. 신용평가와 보증심사를 통과할 만큼 신용이 있음에도 5년이상 살아남는 경우는 80% 수준에 그친다. 자영업은 더 심각하다. 매년 100만명이 창업하지만 80만명 이상이 폐업의 운명을 맞는다.
가히 창업에서 성공에 이르는 문은 바늘구멍이다. 과연 성공하는 창업의 노하우는 있는가.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대개 남보다 경쟁력 있고 차별화된 창업아이템, 충분한 창업자금 등을 들곤 한다. 하지만 필자는 창업자의 기업가정신과 회복탄력성을 맨 앞에 두고 싶다.
먼저 ‘기업가정신’이다. 이는 창업자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인지하고 위험부담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다. 나아가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혁신적이고 진취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창업자의 성공과 실패는 기업가정신의 보유여부에 달려있다. 성공한 창업자는 정치, 경제, 산업구조 변화 등 새로운 흐름에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대응한다. 반면 실패한 창업자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새로운 흐름에 안일하게 대응한다. 남들이 성공했다고 따라하는 ‘묻지마 창업’, 손 쉬운 저부가가치 업종으로 뛰어드는 ‘무작정 창업’에선 기업가정신의 흔적조차 엿볼 수 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슘페터는 단언했다. “기업가정신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다.” 창업자의 높은 기업가정신은 창업자 개인의 창업성공률만 높이는 게 아니다. 국가적으로도 창업 실패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경제의 성장동력을 높인다.
다음은 ‘회복탄력성’이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 헤쳐 나가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재기해 일어설 수 있는 도전정신이다. 창업자의 50% 이상이 실패하는 상황에서 실패한 창업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다.
회복탄력성의 표상은 적지 않다. 서울대 이상묵교수.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린다.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를 입고도 기적처럼 6개월 만에 강단으로 돌아왔다. 애플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적인 IT기업 애플을 일군 장본인이다.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고도 다시 복귀한 일화는 드라마틱하다. 조앤롤링. 싱글맘에 장기간의 실업으로 정부보조금을 받는 상황에서도 글로벌베스트셀러 해리포터시리즈를 써냈다.
누구에게든 어려움과 고통은 닥칠 수 있다. 창업자도 예외일 수는 없다. 거래처로부터 외상대금을 떼이는 경우, 납품한 제품에 하자가 발생해 전량 폐기해야 하는 경우, 수요량을 잘못 계산해 재고가 쌓이는 경우, 보유 자금을 기술개발에 전부 소진해 정작 상품화 단계에서는 신용불량으로 더 이상 자금조달을 할 수 없는 경우 등.
온갖 난국을 극복하는 무기, 회복탄력성은 평상시 노력으로 키워질 수 있다. 평소 건강한 음식과 적절한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한 사람이 병을 잘 이겨내는 이치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삶을 즐기면서 더 가치있는 삶을 지향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잘 극복하는 내공이 쌓인다.
신용보증기금은 ‘재기지원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실패한 기업주 중 도덕성과 사업성을 갖춘 업체의 사업재기를 지원한다. 이제 사업에 실패하면 더 이상 재기할 수 없다고 미리 재산을 빼돌리거나 해외로 도피할 필요가 없다. 대신 높은 회복탄력성으로 실패의 원인에 대하여 정확히 진단하고 치밀한 계획 하에 재기하면 된다. 재도전 하면 된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받아 성공을 도모할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늪을 벗어나는 일자리 창출 해법은 단연 ‘창업 활성화’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 이전에 창업자 스스로 기업가정신과 회복탄력성을 갖추는 게 먼저다.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경제환경에서 믿을 건 자신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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