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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세계와 通하다] 제2부. 해외의 한류현장 <4·끝>아시아에 자리잡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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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세계와 通하다] 제2부. 해외의 한류현장 <4·끝>아시아에 자리잡는 한국영화

입력
2012.12.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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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완성도 무기 상륙 본격화

베트남 최대극장체인 직배체제 신작 개봉때마다 최다기록 경신중

"할리우드 작품 못잖게 재미있다" 영화의 도시 홍콩서도 이목집중

일시적 거품 안 그치려면

현지시장 취향 정확히 읽을 필요

지나친 스타의존·한국색 피해야

이달 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1회 베트남ㆍ한국 영화제'. '늑대소년' 상영관을 나온 딘 드어이(27ㆍ여)씨는 "남자 주인공의 눈빛 연기와 여자 주인공의 노래 솜씨가 훌륭했다. 한국 배우들은 참 다재다능한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국의 대중문화중 가장 한류의 전파속도가 늦은 분야는 영화다. K팝이나 드라마처럼 폭발적인 소비층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영화의 고질적인 장벽 때문이다. 영화는 극장에 찾아가서 돈을 내고 봐야 한다는 특수성에다, 이미 할리우드가 대부분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영화 한 편을 내걸기 위해선 포스터, 예고편, 광고 등에 드는 홍보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아 지금껏 국내 영화업계들은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화는 탄탄한 완성도를 무기 삼아 신흥 영화시장인 중국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수출 활로를 열어가고 있다.

지난해 CGV가 베트남의 멀티플렉스 메가스타를 인수하면서 한국영화의 베트남 진출은 본격화했다. 메가스타는 9개 극장 70여 개의 스크린을 보유해 극장 점유율 63%를 차지하는 베트남 최대 극장체인이다. 이전까지 베트남의 한국영화 최다 관객 작품은 2009년작 '해운대'였으나 메가스타 인수 후 올해 '차형사'(5만 1,000명)와 '퀵'(6만 1,000명)이 가뿐히 뛰어넘었고 최근 '늑대소년'이 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해 질주하고 있다. 11월 31일 베트남에서 개봉한 '늑대소년'은 현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기도 했다. CGV측은 "올 한해 베트남에서 개봉된 한국영화는 모두 10편으로 적지 않은 수다. 한국의 투자배급사가 본격 직배하면서 이런 성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홍콩에선 9월 '도둑들'의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개봉 첫 주 홍콩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도둑들'은 홍콩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주변국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호주와 뉴질랜드에까지 오랜만에 한국영화가 극장에 상영되는 기회를 갖게 했다.

아시아 최대 영화 전시회인 시네아시아가 열렸던 이달 중순 홍콩에서 만난 리우홍예(37ㆍ여)씨는 " '엽기적인 그녀'에서 반했던 전지현과 홍콩의 배우 임달화가 나온다고 해서 '도둑들'을 봤는데 이들 스타가 아니더라도 할리우드 작품 못지않게 영화적 재미가 높은 영화였다"며 칭찬했다.

홍콩은 영화인들의 층이 두툼하고 역사도 깊어, 영화시장 규모는 작아도 상징성이 큰 곳이다. 여전히 봄이면 칸영화제의 전초전 격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필름마켓이 열리는 곳이 홍콩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홍콩의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으면 주변국들로의 확산은 더욱 큰 힘을 받게 된다.

한국의 CJ E&M 등이 진출한 베트남 영화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2009년 전체 관객수가 400만명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1,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 영화산업 중장기 진흥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CJ E&M 김성은 해외영업전략팀장은 "한국영화 상영도 중요하지만 베트남 영화시장 자체를 키우는데 일조를 해야 한다. 독식을 한다거나 돈만 빼먹는다는 인식을 심어줘선 안된다. 그들은 혁명 이전 아시아의 영화시장을 선도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가 크다. 오랜 암흑시기를 거쳐 이제 새로 시작하는 단계다. 문화 침략이 아닌 상생에 중점을 두고 그들의 미숙한 부분을 돕는 인큐베이팅 입장에서 접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베트남보다 더욱 큰 성장세를 보이는 곳은 13억 인구의 중국이다. 중국 현지에서 개봉되는 한국영화는 연간 5편 정도다. 지난해 '아저씨' '7광구'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이 개봉돼 좋은 성과를 냈고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선 200만 관객을 동원한 '만추'가 가장 성공적이다. CGV글로벌사업본부 임형곤 부장은 "연 관객수 4억 명 수준에 육박하는 중국 시장에서 대박이란 표현까지는 어렵지만 '고스트 라이더'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보다 높은 성적을 거둬 한국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한국영화 수출은 2000년대 중반 한류에 기승한 일본의 묻지마 구매 등으로 크게 달아올랐다가 곧 거품이 꺼지면서 금세 바닥으로 주저앉았던 경험이 있다. 이제 한국영화는 중국 베트남 등 신흥 영화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 다시 영화 수출의 물꼬를 트려고 한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을 늘리려면 현지 시장을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베트남 관객들은 액션 로맨스 코미디 등 밝은 영화를 선호해 '차형사' 와 '퀵' 처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아이돌이 많이 출연한 '아이 앰'은 초반 잠깐 이목을 끌었으나 길게 가진 못했다. 단순한 아이돌이나 한류스타의 캐스팅만으로는 영화의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에선 1,000만 관객이 넘은 영화도 현지에선 외면 받을 수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경우 베트남 등에서 성과가 좋지 않았다. "너무 한국적 요소가 강하다 보니 문화적 침략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황금시장 떠오른 중국, 쿼터·심의제 장막 뚫기가 '1차 관문'

극장수 1년새 2배 폭발성장

현지배우 중심 공동제작 등 파트너십 구축 '우회로' 살펴야

요즘 세계영화 시장의 화두는 중국이다.

인구 13억 명의 중국은 영화시장으론 신천지다. 중국의 영화산업 현황에 따르면 2011년에791편의 영화가 제작됐다. 2002년의 100편에 비하면 8배 가량 많아진 것이다. 극장도 2010년 2,000개였는데 2011년에는 두 배가 늘어난 4,320개를 기록했다. 스크린 수도 올해 1만개를 훌쩍 넘어섰다. 영화산업 매출액도 이미 일본을 따라 잡았고 2020년 정도엔 미국마저 뛰어넘을 태세다.

중국 영화시장의 성장세는 세계 어느 곳보다 높고, 돈도 잘 돌아 황금시장으로 여길 만 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자의적 통제가 강하고 자국영화 보호를 위해 엄격한 쿼터제와 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시장 진입이 만만치 않다.

쇼박스 해외마케팅팀 정수진 과장은 "올해 상반기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가 잘 되자 자국 영화를 위해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상영을 계속 묶어두다 여름 성수기가 지난 뒤 같은 날 동시에 개봉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고 전했다.

중국의 영화는 나이 제한 같은 등급제가 없기 때문에 전 연령대가 볼 수 있게 영화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담배를 피우거나 폭력적 성적 표현 등도 신중해야 한다. 심의도 제멋대로인 게 많다. 최근엔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자국의 작품들이 심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최근 시진핑으로의 권력 교체기 상당기간 모든 심의가 올스톱, 영화업계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중국의 외화 쿼터제는 매단제와 분장제로 나뉜다. 매단제는 영화 수출업자가 배급권을 중국 배급사에 일시불로 거래하고 끝나는 것이고 분장제는 개봉 이후 입장권 수입을 나누는 방식이다. 매단제로 30편, 분장제로 34편이 일년에 허가된 외화 편수다. 이것도 올해 초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 중국과 미국간 영화 관련 양해각서 체결 후 기존 20편인 분장제 쿼터에 14편을 추가시킨 결과다.

한국의 영화업계가 이러한 중국의 엄격한 쿼터제를 피하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공동제작이나 아예 직접 중국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쇼박스의 내년 여름 기대작인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GO'에는 중국 자본이 투입됐다. 중국 대형 종합미디어 그룹인 화이브라더스가 제작비의 25% 가량인 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한국과 중국의 공동제작이라 쿼터제를 피해 상영관에 올릴 수 있다. 쇼박스와 화이브라더스는 '미스터GO'를 중국 한국과 함께 홍콩 대만에서도 동시에 개봉할 계획이다. 쇼박스 관계자는 "한국의 영화 한편의 배급망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의미다. 추가 수익이 발생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구축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애, 이정재 주연의 로맨스물'선물'(2001)을 만들었던 오기환 감독은 같은 내용을 중국에서 현지 배우들을 중심으로 리메이크해 내년 3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CJ E&M 김성은 해외영업전략팀장은 "이 영화에선 늘 봐왔던 낡은 중국의 뒷골목이 아니라 현대식 세련된 중국의 면모를 극의 배경으로 한다. '선물'을 통해 중국 관객들의 한국영화를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부했다.

허진호 감독, 장동건 주연의 '위험한 관계'처럼 중국 제작 영화에 한국의 감독이나 스태프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점차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파이 확대를 위해 중국 시장이 필요하고 중국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한국의 인재와 선진 시스템이 절실하다. 한국과 중국이 긴 호흡으로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공동기획 : 한국일보사·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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