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카테리나 로시니(50)는 보호시설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남편이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했기 때문이다. 토리노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남편은 수년 동안 몰래 도박장에 드나들었고 아내의 보석까지 내다 팔아 즉석복권을 샀다. 결국 도박 빚이 불어나면서 로시니 가족은 가게를 팔고 빈털터리가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재정위기에 허덕이는 이탈리아인들이 도박에 빠져들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내년에는 도박장 1,000개가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시절인 지난해 이탈리아 정부는 비디오포커 도박장 신설허가를 내줬고 내달에는 사업자 선정 입찰이 진행된다.
비교적 도박을 엄격하게 관리하던 이탈리아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범죄조직이 장악한 도박산업을 양성화하고 세수를 증대한다는 명분으로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도박은 급속히 번져갔다. 지난해 이탈리아 도박산업의 매출은 800억유로로 10년간 4배가 늘었다. 1인당 도박에 사용하는 비용도 호주 등에 이어 세계 5위까지 올라갔다.
재정위기에 따른 소득 감소와 복지혜택 축소는 오히려 도박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탈리아의 도박중독자가 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남티롤 지방에서는 최근 12개월간 상습도박자가 76% 증가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심리학자이자 밀라노 소년법원 자문관인 시모네 페데르는 “많은 사람들이 줄어든 소득을 한번에 충당할 수 있다는 환상으로 도박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청소년층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페데르가 올해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사람들이 왜 도박을 하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57%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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