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주도 이유로 해고됐다 3년 만에 복직한 한국외대 노조위원장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통령 선거 이후 최근 들어 비정규직ㆍ파업 참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한진중공업 복직노동자 최모(35)씨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조간부 출신 이모(42)씨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용인 서부경찰서는 25일 낮 12시34분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어문학동 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노조위원장 이모(47)씨가 목을 매 숨진 것을 이씨의 아내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아내는 "지난 24일 저녁부터 연락이 닿지 않아 이날 학교 사무실로 찾아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현장에서는 "가족과 동료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A4용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씨는 2006년 말 학교 징계위원회로부터 교내 불법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임통보를 받은 뒤 2009년 대법원에 학교재단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이씨의 빈소를 지키던 한 동료는 "2006년 해고된 후 3년간 쌓인 부채로 많이 힘들어했다"며 "해고무효소송을 대법원까지 가져가면서 많은 비용이 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부채 문제로 최근 금융권으로부터 독촉전화를 받는 등 힘들어했다는 유족의 진술을 토대로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용인=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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