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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약 후유증 우려

입력
2012.12.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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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겠다', '신용불량자 채무를 50~70% 감면하겠다', '증세 없이 48조원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다양한 이해집단의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쏟아낸 공약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 목적으로 급조된 공약 내용의 비현실성을 솔직히 인정하고, 실현 가능성에 따라 우선 순위를 조정하는 등 공약 재정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25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택시업계 ▲금융 소외계층 ▲주거 불안계층 등 특정 집단을 위해 제시된 대선 공약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막대한 재정 부담과 도덕적 해이 확산 등 후유증이 예상된다.

택시업계 지원 방안이 대표적이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택시 운전사들의 표를 의식해 야당과 함께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버스업계가 법 개정 즉시 전면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당초 택시업계 지원에 부정적이었던 국토해양부가 대중교통법 개정 대신 복지기금 조성, 택시기사 임금 인상, 공영차고지 지원 등 수천 억원의 혈세가 투입되는 특별법을 마련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택시업계 지원은 압력단체의 무리한 요구에 굴복한 대표 사례가 될 것이며, 유사한 시도가 잇따를 것"이라고 걱정했다.

가계부채와 하우스푸어 해결 공약도 마찬가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 기대효과와 정책 제언'보고서에서 "박 당선인 공약대로 신용불량자 채무를 50~70% 감면하면 최대 피해자는 성실하게 빚을 갚은 계층이 되며, 부채탕감에 대한 잘못된 기대로 연체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 5년간 증세 없이 48조원(연간 9조6,000억원)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확대, 고소득 계층에 대한 소득세 공제한도 설정 등 박 당선인의 '증세 없는 세수확대' 방안의 효과는 연간 5,000억~6,000억원에 불과하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장은 "새누리당은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율 인상 없는 복지'가 정말 가능한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과 박 당선인이 '무리한 공약 이행'보다 '지킬 수 있는 약속'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현오석 원장은 최근 "주요 대선 주자의 경제 관련 약속은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 힘든 내용"이라며 "내놓은 공약(公約) 대부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게 바람직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각각의 사정과 입장이 상이한 이해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며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중 쏟아낸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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