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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칼럼/12월 26일] '인디언의 복음'으로 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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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칼럼/12월 26일] '인디언의 복음'으로 한 해를 보내며

입력
2012.12.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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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시튼 동물기'로 유명한 어니스트 톰슨 시튼(1860∼1946)이 쓴 책이다. 영국에서 태어난 뒤 캐나다의 온타리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튼은 그곳의 자연에 매혹되어 8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동물연구와 인디언의 삶을 조명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 책에서 저자는 백인들에 의해 야만적이고 폭력적으로 묘사된 인디언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살아왔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백인들이 들어오기 전에 인디언들은 지극히 영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한 백인 선교사의 설교를 듣고 난 인디언 추장 '붉은저고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형제여, 우리는 당신네 종교가 당신들의 선조들에게 주어졌고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전해졌다고 들었다. 우리 또한 우리의 선조들에게 주어져서 그의 자녀인 우리들에게 전해진 종교가 있다. 우리는 그 방식대로 예배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받은 모든 은총에 감사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하나가 되라고 가르치며, 종교를 두고 다투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추장의 답변을 듣고 난 선교사가 했다는 말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하느님의 종교와 마귀의 역사 사이에는 어떠한 교제도 있을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손도 잡을 수 없다." 선교사의 눈에 비친 인디언은 우상과 마귀 숭배에 물든 미개한 원시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디언이 지상에서 가장 영적인 민족이라고 생각했던 시튼은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인디언의 전설, 민담, 노래 등 방대한 자료를 동원했다. 인간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여긴 인디언들에게 자연은 자기 몸의 일부이자 형제자매였다. 그들은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자연을 이용했다. 그들은 그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 심지어는 사냥감에게도 형제애를 지녔다. 자신이 사냥한 들소나 사슴에게 용서를 구하는 기도의 노래는 참으로 경건하다.

"작은 형제여/너를 죽여야만 해서 미안하다/그러나 우린 네 고기가 필요하단다/내 아이들은 배가 고파 먹을 것을 달라고 울고 있단다/작은 형제여/용서해다오/너의 용기와 힘 그리고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하마."

한편 시튼은 그가 숭배한 위대한 전사와 추장들의 이야기도 썼는데 '검은 매', '미친 말', '앉은 소', '제로니모'…이 인디언 전사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험난한 황야를 달렸을까?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신성한 영혼과 대지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시튼은 이 책에서 단호하게 말한다. "백인의 문명은 실패작이다. 논리적으로 결론을 어떻게 내리든지 그 문명은 한 사람의 백만장자와 백만 명의 거지를 만든다. 그 문명의 재앙 아래 완전한 만족은 없다.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이 여태 보아온 것 중에 가장 영웅적이고, 가장 신체적으로 완벽하며, 가장 영적인 문명을 지닌 사람들을 대표하여 말한다. 우리는 백인들에게 인디언의 메시지, 즉 인간됨의 교리를 내어놓는다."

그러나 시튼의 말과는 달리 인디언의 문명은 자취를 감췄고, 그들을 정복했던 백인의 문명은 여전히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시튼의 경고를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는 것은 그가 백인 문명을 향해 던졌던 질문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대선 기간 동안 우리 사회는 양분되었다.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이념 간의 대립이 열풍처럼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백인이 인디언을 대할 때 사용했던 배타와 증오와 적대감의 어두운 편견이 정치 세력 간의 대립에 사용되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그 대립의 후유증은 여전히 어두운 먹구름이 되어 우리 머리 위를 뒤덮고 있다. 새해에는 그 어두운 먹구름이 걷히고 사랑의 밝은 빛이 한반도를 비치길 간절히 바라며 으로 송년의 기원을 보낸다.

"조상의 위대한 영이여…저를 미워하는 사람에게도/제가 바른 사람이 되게 하시고/언제나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저를 도와주소서/저의 적이 약하고 비틀거리면/그를 용서할 수 있게 해 주소서/그가 항복하면 그를 약하고 곤궁한 형제로/도와줄 마음이 들게 해 주소서."

동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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