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및 조각(組閣) 인선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인사에 대한 당부와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차원에서 인사를 잘해야 국정의 첫 출발이 성공적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각계 원로와 전문가들은 과거 정권의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 인사 문제에서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들이 조언하는 '인사의 6원칙'을 정리했다.
'고소영'인사 안 된다
이명박정부가 출범 초부터 지적 받은, 이른바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 많았다. 이명박정부의 인사 실패를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지연과 학연 등에 얽매이다 보면 적재적소 인재 등용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연고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출범 때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4일 "특히 내각 구성에 있어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 '강부자'(강남 부자)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역과 계층을 초월하는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때 인수위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국정원장도 "이명박정부가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이른바 '고소영'으로 대변되는 인사 실패 때문"이라며 "인사를 잘하는 게 첫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코드 인사' 집착하지 말아야
노무현정부 당시 인사 문제와 관련된 대표적 비판 소재였던 '코드 인사'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노무현정부는 경험이나 경력, 전문성 보다는 이념적ㆍ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우선 중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른바 '386 운동권' 출신들을 청와대 참모진으로 대거 포진시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통령학을 전공한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 색깔이 강하거나 치우친 사람은 본의 아니게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다"며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정치적으로 튀지 않고 합리적인 사람을 많이 기용해야 하다"고 조언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노무현정권의 코드 인사나 이명박정권의 고소영 인사 등 과거 여러 가지 잘못된 모습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청문회 낙마할 사람 사전에 걸러내야
검증을 제대로 해서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는 당부도 많았다. 만약 도덕성 논란, 비리 혐의 등의 문제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사람이 생기면 초반부터 대통령 리더십이 적지 않은 흠집을 입을 수 있다. 이명박정부 첫 조각 당시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꺼번에 낙마해 곤란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인사 추천 기능과 검증 기능을 뚜렷하게 분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일 중심으로 인사하되 아무리 일을 잘한다 하더라도 지탄을 받으면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일반 국민의 정서에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비리 전력이 없는 깨끗한 인물이 첫째 인사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진 빚은 잊어야
측근이나 공신 개념을 인사 기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당부도 많다. 선거 과정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자리를 챙겨주는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등을 배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인사가 선거 공신들의 논공행상으로 비치면 안 된다"며 "이른바 친박계 측근 중심으로 인사하면 안 되고 대통합의 메시지가 인사에서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 인사 경계해야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를 특별한 검증 없이 기용하는 아마추어 인사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국정 경험이나 정무적 판단 능력, 실무 경험 등에 대한 고려도 없이 단지 신선하다는 이유로 보여주기 위해 아무나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증 없이 학자 출신을 무조건 고위직에 기용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판석 연세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인선할 때는 제일 먼저 능력을 따져야 한다"고 했다. 최진 교수도 "국정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 인수위원장을 맡아 전체 조직을 통합, 조절하면서 가야 잡음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대탕평이란 대원칙을 제시했는데 거기에 맞는 능력과 식견을 갖춘 인물을 골라야 한다"면서 전문성과 정무적 감각을 고루 갖춘 인사를 등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적(政敵)과 다른 정파 인물도 필요하면 기용해야
신망 있고 좋은 인물이라면 다른 정파 사람이라도 과감히 써야 한다는 조언이 적지 않다. 박 당선인이 강조했던 '100% 대한민국'과 '대탕평'을 위해서도 이는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집에도 "덕망과 능력이 있으면 여야를 떠나 발탁하는 대탕평 인사를 추진한다"고 蔗천?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때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발탁하는 등 정적을 껴안은 것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이 당선 이후 자신을 무시해온 정적 에드윈 스탠턴을 주변 인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시 국방장관으로 임명하는 등 대통합 인사를 한 점도 벤치마킹 사례로 거론된다. 이내영 교수는 "청와대에는 대통령의 국정비전과 철학을 잘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는 사람을 써야겠지만 내각에는 능력이 검증됐다면 야당 쪽 인사라도 적극 기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