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8살짜리 아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둘러보던 회사원 조모(40)씨는 눈을 의심했다. 대형마트에서 12만원에 판매됐던 한 완구 제품이 18만~20만원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돼 수요가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무려 10만원의 웃돈이 붙은 것이다. 조씨는 "워낙 구하기가 힘들어 그냥 구매할까도 생각했지만 가격이 부담돼 결국 미뤘다"며 "자식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조씨가 사려던 제품은 블록 완구 브랜드인 레고사의 '닌자고 시리즈'의 에픽드래곤. 동명의 만화영화가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인기가 높아진 장난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닌자고 시리즈가 최고의 인기 선물로 떠오르면서 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뽀로로를 능가하는 인기를 반영하듯 완구점에서 일찌감치 품절됐고 운 좋게 남아 있다고 해도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가장 잘 팔리는 에픽드래곤 뿐만 아니라 울트라 소닉전차 등 대부분이 10만원 안팎의 고가 제품이다.
닌자고 시리즈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치솟는 것은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상당 물품을 확보한 일부 인터넷 판매상들이 30%가 넘는 웃돈을 붙여 물건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레고 코리아 관계자는 "일부 개인 판매자가 온라인상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항의가 들어오지만 규제할 방법이 없다"면서 "최대한 많은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싶지만 물량을 전부 수입하는 구조라 자체 조절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부모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할 요량으로 대형마트 할인 행사장이나 온라인몰 기획전을 찾아 헤매는 실정이다. 하지만 확보된 물량도 소량이고 단가가 비싸다 보니 할인을 해도 부담이 크긴 마찬가지다. 주부 백모(39)씨는 "집집마다 다 하나씩 갖고 있다 보니 아이가 소외될까 봐 안 사줄 수가 없다"며 "가계비를 초과했지만 그나마 구할 수 있어 위안을 삼았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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