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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출판·문학 결산 방담] 인터넷 서점까지 폐업… '힐링 서적' 만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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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출판·문학 결산 방담] 인터넷 서점까지 폐업… '힐링 서적' 만 독주

입력
2012.12.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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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리브로 문닫아 온라인도 위기상반기 매출 마이너스 성장출판가 사재기 현상 심해져출판진흥원장 둘러싼 '낙하산' 논란문인들 정치 참여로 SNS'시끌'생존작가 '이외수 문학상' 도 화제

지난 한해 국내 출판ㆍ문학계는 여전히 침체의 연속이었다. 폐업 서점과 도매상이 속출하다 못해 문 닫는 인터넷서점까지 나왔다. 전통적으로 베스트셀러 시장을 주도했던 소설은 전례 없는 참패를 경험했다. 대신 '힐링'을 앞세운 에세이가 강세였다. 출판 부흥이라는 출판계의 염원으로 출범한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은 원장 낙하산 인사에 대한 출판인들의 반발로 없느니만 못한 꼴이 돼버렸다. 한해 출판ㆍ문학계를 한국일보 출판팀 기자들의 방담으로 정리했다.

김범수=지난해에 이어 힐링형 에세이가 초강세를 보였다. 베스트셀러 1위는 지난 1월 출간된 이다. 140만부 넘게 팔렸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의 인기는 여전했고 그가 올해 새로 낸 도 잘 팔렸다. 혜민에 이어 정목, 법륜 등 스님의 책이 잘 팔린 것도 이색적이다. 힐링이 출판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시대 정서임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소설은 '사상 최악의 성적'(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을 냈다. 지난해만 해도 가 베스트 상위권이었지만 올해는 상위권에 소설이 한 권도 없다. 신간 소설로는 김려령의 , 이정명의 이 10만부를 넘긴 게 고작이다.

채지은=인기 절정의 힐링 책이 소설 분야 판매를 갉아 먹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소설이나 시는 문학적인 감동에 더불어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정화하는 기능이 있는데 그 시장을 힐링 서적이 잡아 먹고 있는 거다.

이윤주=소설의 경우 예전에는 중견작가들의 '중박'이 있었는데 올해 그런 작가들이 부진했다. 은희경의 이 5만부, 박완서의 가 7만부, 성석제의 이 2만7,000부 정도 나간 게 고작이다. 공지영이 몇 년 째 소설을 안 내고 있는 것도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짧은 글에 익숙해진 사람이 늘어나는 등 매체 환경 변화 역시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박' 작가 중에서는 황석영 소설이 유일했지만, 그의 소설도 나오자 마자 자동으로 베스트셀러 종합 1위 몇 주 가던 예전과 형편이 사뭇 달랐다.

채=진득하게 책을 읽어나가는 습성이 줄어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소설 중에 좀 팔렸다고 하는 게 영화 원작인데, 매체에 노출되거나 주목을 받는 동반효과를 누린 것이지 그냥 소설 읽겠다고 서점 찾고 책 찾는 경향은 확실히 줄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작가들도 글 써서 먹고 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이=책 팔아 먹고 사는 작가는 공지영 신경숙 김훈 황석영 이문열 정도 1급 작가가 아니면 어렵다. 그래서 작가들이 대학 강의로 수입을 삼으려고 갈수록 '가방끈'이 길어진다. 그러다 보니 작품이 자꾸 어려워지고, 독자들은 더 안 읽는 악순환도 생긴다.

채=대교리브로의 폐업으로 온라인 서점이 망한 것은 올해 서점업계 최대 화제였다. 줄도산 중인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도 죽는다는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난 거다. 인터넷서점의 시장 점유율은 2002년 9.7%에서 해마다 증가해 2010년 39%까지 올랐지만 출판시장 전체가 침체하면서 서서히 실적이 나빠져 지난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출판사들에게 책 소개해준다며 광고비를 받아 '기대의 신간' '급상승 베스트' '화제의 책' 같은 코너로 독자를 현혹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은 것도 그냥 책만 팔아 수익이 안 나는 한계상황을 보여준다.

이=기본적으로 책을 안 읽는 경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출판사들은 베스트셀러 순위를 올리기 위해 너도나도 사재기를 한다. 10만 넘어가는 베스트셀러 중에 사재기 안 하는 책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초판을 저자가 다 사도록 하는 출판사가 있다는 말도 파다하다.

채=출판진흥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출판인들의 반대 성명발표와 집회ㆍ시위가 계속됐다. 비록 '낙하산'이어도 새 원장이 완전 도서정가제 약속이라든지 출판인들이 바라는 정책을 제시했더라면 이처럼 반대가 길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김=대선을 앞두고 문인들의 정치참여를 둘러싼 이러저런 일들이 많았다.

이=김지하 시인의 박근혜 지지 선언이나 문인들의 문재인ㆍ안철수 단일화 촉구 성명 발표 때 당초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던 이외수씨가 돌연 불참 의사를 밝힌 일이 있었다.

채=인터넷매체가 늘어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하면서 작품 자체 보다 부수적인 것을 통해 인기를 얻는 문인들이 생겨나는 것 같다. 특히 ?은이들 중에는 작품을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SNS에서 스타가 된 작가를 대단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이외수 문학상 제정이 문단에서는 화제였다.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전례가 없는데다 이외수 관련 재단에서 청정원에 후원 요청을 한 것도 특이했고, 중편 한 편에 1억원이라는 당선 상금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다. 상금이 많을수록 그 상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문학은 참으로 속물적인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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