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전자소자용 자기조립 고분자 박막기술 분야의 프론티어 연구자'로 평가 받은 박철민(42)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이번에는 '유기 광전자재료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라며 정희태(47)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석좌교수를 소개한다.
소위 세계적으로 '잘나간다'는 과학자들은 까칠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신기술을 앞서 개발하려다 보니 학생과 연구원들에게 눈에 띄는 연구 결과를 내라고 재촉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교수는 정반대다. 그는 연구 방향을 결정하면 학생들이 좋아하는 연구를 하도록 동기 부여해 즐기면서 열정적으로 연구하도록 만든다.
그런데도 정 교수는 공학자나 과학자가 평생 한 편도 싣기 어려운 세계 최고 과학전문지인 와 에 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공학자 중 이런 성과를 내는 이는 아주 드물다.
정 교수는 일찍이 박사과정 때부터 나노 물질과 구조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박사후 연구원 시절 미국 저명 대학으로부터 교수직을 제안 받았지만 이를 마다하고 2000년 카이스트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한 이래 10여 년 간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물질을 만들고 이를 이용한 첨단 소자연구개발에 진력해 왔다.
그 결과, 정 교수는 100회 이상의 국제 초청강연, 120편 이상의 국제 과학논문 인용색인(SCI)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다. 카이스트 젊은 석좌교수, 닮고 싶은 과학자, 최우수 산업화 기술상, 이달의 과학자상 등 수많은 학술상도 받았다.
정 교수의 업적 중 눈에 띄는 것은 나노기술의 핵심인 '차세대 초미세 나노패턴'개발이다. 이는 나노패턴의 결함을 없애야만 한다는 기존 생각을 탈피해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낸 성과다. 2007년 발표한 이 기술은 곧바로 국제학회에서 분과가 생길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정 교수는 창의적인 연구방식으로 학계와 산업계에서 오랫동안 풀지 못한 문제를 풀었다. 대표적인 것이 LCD에 사용하는 투명한 전극용 유리막(ITO)만을 이용해 액정을 배향(配向ㆍorientation)하는 무(無)배향막 기술이다. 배향막은 액정 배향을 위해 투명전극 위에 도포하는 얇은 고분자 필름이다. 기존 LCD 액정배향기술은 고분자 설계ㆍ합성부터 사후처리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고, 고분자 안정화를 위한 고온공정은 휘어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활용하기 힘들었다. 정 교수는 새로운 기술의 패턴기법을 전극용 유리막에 적용해 제조공정을 단축하고 LCD를 최대 몇 마이크로미터(㎛ㆍ1,000분의 1 ㎜)까지 얇게 만들었다. 이는 지엽적인 문제보다 큰 문제를 먼저 풀어나가고 창의성을 추구하는 그의 집념 덕분이다.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항상 같은 답을 한다. "면담을 하러 오는 학생 중에 내가 좋아하지 않는 두 가지 부류가 있어요. 첫째는 꿈이 작은 학생, 둘째는 지엽적인 문제를 연구 주제로 가지고 오는 학생입니다. 작은 꿈을 가지고 지엽적인 문제를 푸는 것보다 큰 문제를 풀다가 실패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단기간에 주목 받는 성과는 얻지 못해도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학생과 연구원, 교수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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