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정대세(28ㆍ쾰른)가 K리그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진로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수원행이 유력하다. 선수 본인이 확고한 의지를 보이기 있기 때문이다.
수원은 오랫동안 '인민 루니' 정대세 영입에 공을 들였다. 3개월여의 협상 끝에 몸값의 거품을 걷어내고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까지 이적료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 시점에서 대전이 뒤늦게 판에 끼어 들었다. 수원보다 몸값을 더 지불할 수 있다는 뜻을 쾰른 구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수 영입을 놓고 경쟁을 펼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대세를 손에 넣으려는 대전 측의 행보는 '무리수'에 가깝다.
유럽 축구 시장에서 선수가 이적할 때 몸값만큼 중요한 것이 본인의 의사다. 우리와 달리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인정한다. 구단 간에 합의가 끝나도 선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영표(밴쿠버)의 경우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에서 활약하던 시절 구단이 이탈리아 세리에A의 AS 로마와 이적에 합의했지만 이영표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정대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과 리그 챔피언 등극 등의 조건에 부합하는 팀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원 이적을 고집하는 이유다.
대전이 정대세 영입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흥행몰이를 위해서다. 15만 명을 헤아리는 대전 지역거주 실향민들을 축구장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를 해달라'고 수원에 요구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정대세의 영입이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몸값을 고려할 때 정대세는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흥행을 좌우할 만한 거물급 선수로 보기 어렵다. 실력 면에서도 K리그 톱 클래스에 든다고 보장할 수 없다. 북한 대표 선수 1명 영입했다고 실향민들이 축구장에 몰려 든다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 선수가 K리그에서 뛰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량규사(울산), 김영휘(성남), 안영학(수원)이 북한 국적으로 이미 프로축구 무대에 섰다. 안영학은 북한 대표팀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이들은 실향민 축구 팬들을 축구장으로 불러 들이며 '흥행의 기폭제'노릇을 하지 못했다.
대전은 한때 '축구 메카'로 불렸다. 팬들의 충성심이 높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의 행보는 과거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다. 승부 조작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고, 지난 시즌에는 가까스로 강등을 모면했다. 혁신적인 조치 없이는 팬들을 경기장으로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 검증도 제대로 되지 않은 정대세 한 명 영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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