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팝송이나 K팝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 날이 곧 올거라 믿습니다."
국립국악원이 국악학술과 평론분야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국악학술상 최우수상에 이지선(43) 숙명여대 일본학과 교수가 21일 선정됐다. 이 교수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눈을 밖으로 돌려 일본 등으로 논문의 시야를 넓힌 점, 일본과 비교하고 상관 관계를 연구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다른 고대 음악 연구자, 전통 음악 연주자에게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500만원의 상금을 안긴 '기악의 변모 양상- 악기 편성과 곡목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은 한국에서 일본에 전해진 기악(가면극) 복원에 가장 중요한 악기편성과 음악의 재현이 촘촘하게 언급돼 있다. 국악계에서는 '한국 고대 음악연구의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지만 그의 전공은 가야금이다. 가야금에 심취했던 이 교수가 국악연구에 빠져든 건 온전히 한 강의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일본음악연구'강의로 한국음악의 초석을 다진 만당 이혜구(1909~2002) 선생 수업이었다. 서울대 국악과 재학 중이던 91년 이 교수는 "'한국고대음악을 연구하기 위해선 일본 사료를 많이 봐야 한다'는 선생님 말에 충격이 컸다"며 "한국엔 자료가 없어 정말 일본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94년 일본으로 유학간 그는 오차노미즈여대 음악과 조교와 인간문화연구과 조교수, 미야기교대 교육학부 강사 등을 거치며 과거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 고대 음악의 흔적을 더듬었다. 8년만인 2002년 돌아온 곳은 공교롭게도 그를 일본으로 내몰았던 '일본음악연구' 강의실이었다. 그는 "학부 시절 받은 감동을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국악 관람을 필수 조건에 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이 곧 싫은 것'이라는 사실을 체험한 탓이다.
"일본은 소학교와 중학교에서 일본 전통 악기 하나씩은 반드시 다룰 수 있도록 해 전통 음악과 친해지게 하고 있어요. 우리는 있어도 필수가 아니고, 선생님들도 서양 음악을 전공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국 전통 음악 교육에는 한계가 있어요. 우선은 잦은 관람을 통해 익숙해지는 방법이 최고 입니다."
이 교수가 국악사 등 학술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음악 특성상 대중성을 무시할 수 없어 눈에 보이는 것이 중시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우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스토리텔링이 필요한데, 이론적인 뒷받침 없는 감동은 불가능합니다." 시상식은 28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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