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의 원인과 향후 진로를 놓고 민주통합당 내 갈등이 가시화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당 대표 권한대행' 인정 여부를 두고 주류ㆍ비주류가 충돌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은 내주 후반에나 가능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21일 의원총회를 열고 대선 패배 이후 당 진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는 "처절한 성찰과 치열한 혁신의 길을 가자"며 사퇴했고, 이용섭 정책위의장도 물러났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5시간 가량 진행된 의총이 끝난 뒤 "대선 패배와 정권교체 실패에 대한 무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처절한 자성과 함께 뼈를 깎는 혁신을 다짐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비록 이날 의총에서 주류와 비주류간 친노(親盧) 책임론 공방 등 격한 충돌은 없었지만 문 후보가 현재 대표 권한대행인지 여부를 놓고 양측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지도부 공백을 메우려면 대표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지명하면서 비대위가 꾸려져야 하는데, 문 후보를 대표 권한대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비노(非盧) 진영에서 제기된 것이다.
비주류 측 정성호 의원은 "문 후보에게 대표 권한대행 역할이 주어진 건 선거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주류 측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해찬 전 대표 등 지도부가 사퇴할 때 '문재인 의원'에게 권한을 넘긴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당무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하자"고 맞섰다.
이 같은 대립은 당의 진로와 수습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에서 기인한다. 비주류는 새 원내대표부터 빨리 선출하자는 입장이다. 비노 인사를 원내대표로 뽑은 뒤 그가 비대위원장을 겸하거나 대표 권한대행의 역할을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친노당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게 쇄신의 출발"이라며 "그래야 안철수 전 후보까지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신당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내에선 김한길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반면 주류 측은 비대위가 '국민연대'를 국민정당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진보정의당, 노동계, 시민사회 등과도 소통이 가능한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여기엔 '친노 배제론'에 대한 강한 반감도 깔려 있다.
한 수도권 초선의원은 "국민연대 측과 교감하면서 비대위원장을 선임할 수 있는 사람이 문 후보 말고 누가 있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원내대표 선출 문제와 비대위 구성 문제를 본격 논의키로 했다. 주말 동안 주류와 비주류 모두 내부 결속을 다지며 대응 논리를 갖출 게 분명한 만큼 24일 의총에선 격론이 벌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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